[데스크 칼럼] 박성진 교육부장

"충북교육청 및 산하 지원청에서 발주하는 LED교체공사 관급공사에서 특정 제품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줄테니, 납품금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지급해 달라고 제안… (중략) LED실내조명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대가를 은행계좌로 교부받았다."

2018년 8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면서 판결문에 기재한 내용이다.

L씨의 공소사실은 2016년 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충북교육청 및 산하 지원청에서 발주하는 LED실내조명등을 납품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 대가로 20회에 걸쳐 1억6천800여만원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을 교부받았기 때문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L씨는 당시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한 회사의 대표이사였다.

3년 뒤 L씨와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K씨가 청주지검에 의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K씨의 공소사실은 L씨와 거의 비슷한 게 아니라 아예 똑같다. 수법부터 수수료 책정 방식까지 판박이다. 김병우 충북교육감 재임 시절에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다른 건 범행 횟수와 수수료로 챙긴 돈의 규모일 뿐이다.

K씨는 2015년 9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13개월 간 충북교육청 및 산하 지원청에서 발주한 납품계약을 업체에 알선해주고, 그 대가로 45회에 걸쳐 4억6천만원을 챙겼다. K씨는 지역의 건설업자다.

충북도교육청 및 산하 지원청을 타깃으로 한 범죄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렇게 똑같을 수 있을까. 공공기관의 납품계약이 아무리 엉성하더라도 동일한 수법에 당할 수 있을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

2015~2017년 충북교육청 및 산하 지원청에서 발주한 납품계약 시스템이 '불법 수수료 장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사실이 검찰수사로 드러났다면, 그 때 당장 획기적으로 뜯어고쳤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대대적으로 개선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쯤되면 일부러 안 고쳤다는 억지소리를 들어도 항변하기가 머쓱하겠다.

박성진 사회부장
박성진 교육부장

일각에서는 '김병우 충북교육감의 납품비리 의혹'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보다는 충북교육청의 관급공사 발주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는 게 정확하겠다.

내달 충북교육청 및 산하 지원청에 대한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가 예고돼 있다. 아직까지 검찰도 밝혀내지 못한 김병우 교육감과 K씨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을 근거도 없이 연결짓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충북교육청 발주업무 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충북도의원들의 존재 이유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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