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과학시설·대한민국 미래… 자부심 가져야"

고인수 오창 방사능가속기구축사업단장 /김명년
고인수 오창 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장이 구축사업 주관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오창센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1조원대 오창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이 이달 사업단장을 임명하면서 본격 시동을 걸었다. '빛공장', '슈퍼현미경'이라 불리는 방사광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가속된 전자가 방향을 바꾸면서 방출하는 빛(방사광)을 활용해 물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초대형 최첨단 국가연구시설이다. 오창에 지어질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1995년 준공된 포항에 이은 국내 두번째다. 장장 6년간에 걸쳐 진행될 국가대형연구시설프로젝트를 이끌 고인수 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장을 만나 앞으로 추진계획, 성공전략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고인수 오창 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장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오창센터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김미정
고인수 오창 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장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오창센터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김미정

"청주에는 세계 최초가 '직지'(直指·금속활자본) 말고는 없는데 이제 오창에 세계 최고 과학시설이 있다는 프라이드를 가지면 국제적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고인수 오창 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장은 충북 청주 오창에 지어질 방사광가속기가 충북의 새로운 돌파구이자 기초과학의 돌파구,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 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가속기 하나로 조용한 도시가 국내외 과학자들로 북적이는 도시로 변하는 계기가 될 거예요. 새롭게 만들어지는 세계 최고의 연구시설이고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찾아와 쓰고 세계 최고의 연구들이 나오는 선순환이 되니까 오창 방사광가속기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죠."

고인수 단장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방사광가속기인 포항의 3세대 원형(95년 준공)·4세대 선형(2015년 준공)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하고 운영해온 포항가속기연구소 소장을 두차례 맡은 국내 최고 전문가다. 포항공대 교수와 포항가속기연구소 30년 재직 경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설계, 세계 최고 성능을 짓겠다는 각오다.

고인수 오창 방사능가속기구축사업단장 /김명년
고인수 오창 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장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오창센터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명년

고 단장은 구축사업 주관기관인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소속으로 사업계획서 수립부터 관련 장치 개발, 부대시설 건설 등 구축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서는 KBSI, 포항가속기연구소 등과 함께 올해 안에 완성하고, 과기정통부 승인이 나면 사업단을 꾸려 본격 사업에 착수한다. 사업단은 10여명으로 시작해 150여명까지 늘려갈 예정이다.

오창 가속기는 포항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구축노하우와 시행착오 최소화가 중요하다. 크기는 원형둘레가 포항의 300m에서 800m로 2.8배 커지고, 밝기는 현재보다 100배, 첫 준공(1995년) 당시보다는 1천배가 밝아진다. 빔라인 길이도 포항의 40m에서 오창은 70m, 최대 200~300m까지 길어져 정교함이 높아진다. 광속은 1초당 30만㎞, 부지는 54만㎡다.

"밝기는 1세대, 2세대, 3세대로 올라갈수록 1천배씩 밝아졌고 3세대에서 4세대로 갈 때 100배가 밝아졌어요. 포항은 3세대 원형, 오창은 차세대 원형이니까 밝기는 100배 밝아져요. 속도는 똑같지만 빛이 나오는 사이즈(광원)가 1/100로 작아져서 성능이 확실하게 좋아질 거예요."

이용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빛을 쓰게 될 것이라고, 더 좋은 연구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그는 기대했다.

"오창 가속기는 40억 볼트(eV)로 전세계 유일할 거예요. 세계적으로 30억볼트 짜리가 대부분이고 미국·일본·유럽·중국 4개국이 60억볼트를 갖고 있거든요. 남들이 안하는 영역에 있어야 경쟁력이 있죠. 30억볼트와 60억볼트는 에너지가 2배 차이이지만 크기는 4~5배가 커요."

고인수 오창 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장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오창센터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서있다. /김미정
고인수 오창 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장이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오창센터 자신의 사무실 앞에 서있다. /김미정

국내 기술로, 국내 제품으로 짓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웬만하면 우리 기술로, 우리 업체 참여로, 국산품으로 만들 거예요. 국민세금으로 짓는 것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핵심장비는 국산이어야 해요."

최초 구축할 빔라인 10개 중 3개는 산업우선지원용으로 배정하기로 확정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산업용 지원 역할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충북은 빔라인 10기로 시작해 40기까지 늘리게 된다.

"빔라인 3개는 산업우선지원용으로, 중견기업 이하 기업의 신제품 개발 등의 목적으로 쓰일 겁니다. 이차전지기업이나 제약회사들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해요."

실질적 연구성과가 나오기까지는 20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포항의 경우 95년 준공 이후 빔라인 2기에서 현재 36기까지 늘려 한해 평균 1천600여건 연구과제 수행, 연간 500여편의 SCI급 논문 발표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충북도에는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농업 특화 연구를 제안했다.

"캐나다는 카놀라유를 잘 만들기 위해 본토 한가운데 방사광가속기를 짓고 농업품질·농업 생산성 향상 연구에 활용하고 있어요. 호주도 미국보다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방사광가속기를 지어 연구하고 있죠. 충북은 농업비중이 높으니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해 농업특화연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농업 관련 빔라인은 우리나라에 없거든요."

지역사회 기여로는 지역건설업체의 공사 참여, 대학연구역량 강화 등을 꼽았다.

"포항가속기 건설공사 때에는 지역업체에 30% 할당을 줘서 파트너사로 70개사가 참여했어요. 전체 공사비의 30%가 지역업체에게 돌아갔죠. 충북도 지역건설업체 참여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청주 오창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충북 청주시 오창테크노폴리스산단 54만㎡ 부지에 원형둘레 800m의 4세대 원형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2022~2027년 건설해 2028년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부지조성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가속기부지로는 최고 라고 극찬했다.

"가속기는 무거운 차가 지나가면 분석이 제대로 안되는데 오창부지는 한적한 농촌지역이고 큰 도로에서 떨어져있어서 가속기부지로는 최적입니다. 포항은 가장 불리한 땅(지반)인데도 잘 운영되고 있으니 오창은 운영상 걱정은 없을 것 같아요."

구축사업의 성공열쇠로는 사업단의 팀워크와 주인의식을 주문했다.

고인수 오창 방사능가속기구축사업단장 /김명년
고인수 오창 방사광가속기구축사업단장이 사업추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김명년

"성공은 어떤 마인드로 임하느냐에 좌우됩니다. 포항 가속기는 만들 때부터 "실패하면 바다에 빠져 죽겠다"는 간절한 정신이 있었어요. 포항에서 경험을 쌓은 시니어들의 노하우와 오창에서 참여할 젊은 인력들의 패기가 융화돼 사업단이 똘똘 뭉쳐야 합니다. "이거 누가 지었어?" 했을 때 "우리(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가 지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과기정통부의 오창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은 총사업비 1조454억원이 투입돼 2022년 착공, 2027년 완공, 2028년 1월 본격 가동을 목표로 추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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