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영상 촬영 후 사후영장 신청 안 해… 법원 "유죄 증거 사용 못해"

청주지방법원 마크
청주지방법원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경찰 '위법수집증거'로 붙잡은 범인이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1단독 남성우 부장판사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61)씨는 2020년 3월부터 두 달여간 청주시 상당구 자신의 게임장에서 손님들의 게임 포인트 1만점 당 10%의 수수료를 공제하고 9천원을 현금으로 주는 불법 환전행위를 했다.

이에 청주상당경찰서는 지난 4~5월 손님으로 가장한 수사관을 A씨가 운영하는 게임장에 들여보내 불법영업 증거를 수집했다. 수사관은 차키형 카메라와 안경형 카메라 등을 이용해 게임장 내부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후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촬영영상에 대한 사후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결국 이 일로 애써 붙잡은 범인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범죄사실이 비교적 명확함에도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이유는 수집된 증거가 적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 판사는 "기록 및 증인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동영상(수사관이 몰래 찍은 영상, 이하 사건동영상)' 촬영은 영장 없이 이뤄졌고, 그 촬영 직후에도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수집된 증거, 즉 적법절차를 위반해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동영상이 증거능력을 잃으면서, 이 동영상을 근거로 진행된 압수·수색·검증영장 역시 모두 증거능력이 사라졌다. 사건동영상을 기초해 2차적으로 획득한 증거이므로 이 역시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주요 증거가 인정받지 못하면서, 기소한 검찰 손에는 '피고인의 환전행위에 대해 모른다'는 A씨에 유리한 신문조서와 한전행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자등록증, 부동산 월세 계약서 등만 남았다.

남 판사는 "이러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기간 동안 환전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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