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문체부 한국문화정보원 이사

"백성이 배고프면 나도 배고프고 백성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르다"

이 어록은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정조가 문무백관과 국정을 나눈 대화를 기록한 책 '일득록'에 실린 말이다. 필자가 세계유산 미디어아트의 연출제작단장으로 감독단, 아티스트와 함께 프로덕션 한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에서, 군왕 정조의 사상·철학을 통해 오늘날 시민들에게 예술작품으로 다시 전하고자 하는 핵심메시지다.

수원화성 화서문과 서북공심돈 일원을 빛으로 수놓아 높은 관심을 받았던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가 11월 1일 재개한다. 지난 9월 코로나19 관련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도중에 중단한 바 있다.

다시 돌아온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는 문화재청과 수원시, 수원문화재단이 14일까지 2주간 운영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문화재와 예술, ICT가 융합한 예술작품으로 시민들의 지친 일상을 위로하고 새로운 희망을 전한다. '만천명월-정조의 꿈, 빛이 되다'를 주제로 정조의 애민정신과 여민동락을 통해 작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미래의 빛'으로 수원형 문화재 활용 디지털 향유 모델을 제시한다.

정조대왕의 호가 '만천명월주인옹'이다. '만천'이란 만 개의 시내를 의미한다. 여기서 시내란 작은 시내뿐만이 아니라 조선 팔도에 있는 모든 물길을 의미한다. 즉 백성을 뜻한다. '명월'은 하늘에 떠 있는 밝은 달이다. 밝은 달은 군주인데 결국 '만천명월'이란 우리 땅에 수많은 천(백성)을 골고루 비춰주는 밝은 달(임금)을 나타낸다. 국왕이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베풀어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는 18세기, 백성을 위해 조선을 개혁하고자 했던 군왕 정조의 리더십 문, 무, 예, 법과 인간 정조의 진심인 '만천명월'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정조대왕은 '천이 흐르면 달도 흐른다. 천이 멈추면 달도 멈춘다. 천이 고요하면 달도 고요하다. 그러나 천이 소용돌이치면 달은 이지러진다'며 만천명월을 이야기했다.

하늘에 있는 밝은 달이 물과 함께 흘러가는데 그 물이 고요할 때는 같이 고요하며 평화롭다. 계곡을 만나거나 불규칙한 지형을 만나 소용돌이치면, 달은 본래의 둥근 모습을 잃어버리고 모나거나 찌그러진 모습으로 제 모습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군주와 명월, 민수와 만천은 일맥상통한다는 정조의 생각이다.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쇼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화서문 미디어파사드&라이트쇼'는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을 중심으로 왼쪽 북포루, 오른쪽 서북각루까지 220m에 이르는 구간을 캔버스로 6개 작품을 선보인다. 정조의 사상·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초대형 미디어아트쇼로 군왕 정조의 리더십을 문치, 무치, 예치, 법치로 나눠 다양한 작가의 시선으로 정조의 문무예법(文武禮法)을 해석했다.

미디어아트쇼는 정조대왕의 애민정신이 담긴 여민동락을 문·무·예·법 연작으로 구성한 작품으로 24분간 상연한다. 개혁 신도시를 표현하는 프롤로그쇼(연출 홍유리)를 시작으로 '정조의 문치'에서는 백성을 위해 희망의 빛을 밝히는 스토리로 김진란&바루흐 고틀립(Baruch Gottlieb) 공동작가가 초청됐다. '정조의 무치'에서는 밝음으로 비추는 질서, 평화의 시대를 남상민 작가가, '정조의 예치'에서는 천지만물을 살피는 마음을 신도원 작가가 연출한다. 마지막 '정조의 법치'는 수원화성을 통한 정조의 유토피아를 이예승 작가가 피날레를 장식하며 만천명월의 의미를 돌아본다.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문체부 한국문화정보원 이사

미디어파사드와 라이트쇼가 끝나면, 화서문과 성벽이 예술경관조명(연출 백지혜)으로 전환되며 수원화성의 웅장함과 인간 정조의 마음을 표현한 신비로운 야경으로 6분간 연출된다.

주말에는 '정조의 예치' 작품과 함께 미디어퍼포먼스 '만천명월 태평서곡'(연출 안지형)이 융복합공연으로 진행된다. 경기도무용단(예술감독 김상덕, 상임안무 최진욱)의 무용수 21명이 출연하여 문화유산을 실경으로 한 실감퍼포먼스로 정조대왕의 효심을 드라마틱하게 전한다.

수원화성과 행궁동 카페거리를 거닐며 문화재와 예술을 새롭게 경험하는 빛과 소리의 '월드 헤리티지 디지털 페스타'다. 수원화성이 위드 코로나와 함께 신한류, K헤리티지의 불빛을 다시 밝힌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