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19 이후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특화단지가 본격 추진된다. 소부장 산업은 자체적으로 우리 경제에서 취약한 부분인데다 글로벌 경쟁 심화, 공급망 재편 등으로 효율적이고 발빠른 대처가 요구된다. 이런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도 특화단지 추진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세계적 수준의 클러스터 조성인 만큼 상당한 연관 효과도 기대된다. 더구나 지난 2월 지정된 전국 5곳의 특화단지 가운데 충남과 충북이 한 곳씩을 차지해 더욱 관심이 간다.

특화단지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규모만 봐도 그 중요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5곳에 모두 2조6천억원, 단지를 이끌 주축 기업의 상생협력에만 1조4천억원이 투입된다. 지원책으로는 규제 완화와 더불어 기술개발과 인프라구축 등이 있다. 오창을 중심으로 한 청주 이차전지의 경우 제품 개발을 시험·평가할 테스트베드가 띈다. 천안·아산의 디스플레이 특화단지는 첨단투자지구 지정과 전문인력 양성에 힘이 실린다. 경쟁력 강화와 자립을 위한 기술개발은 기본이다. 이를 통한 안정적 생태계 구축이 최종 목표다.

결국 소부장 특화단지가 제자리를 잡게 되면 청주와 천안·아산이 이차전지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기지가 된다.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그 입지가 분명해진다. 물론 이런 단계에 이르기까지 갈 길은 멀고 과제도 적지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의 추진속도나 지원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게다가 글로벌 밸류체인(생산 및 연구·교육 등이 연결된 연관산업 생태계) 재편의 속도와 범위는 예측이 어려울 정도다. 변화의 흐름을 주시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특화단지도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정도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먼저 기반이 제대로 갖춰져야만 한다. 오창의 이차전지를 예로 들면 세계2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300개가 넘는 관련 기업들이 모여있다. 이들은 특화단지내에 구축될 시험평가센터, 고도분석센터 등을 통해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개발부터 제조, 평가까지 제품의 전주기를 이곳에서 모두 감당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주변과의 산·학·연 연계가 필수적이다. 덧붙여 이를 뒷받침할 총괄기관도 있어야 한다. 이제 그 일의 첫발을 떼는 셈이다.

우리가 가진 산업적 기반을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지원을 더하는 것이 특화단지 조성이다. 이 일을 이끌 추진단이 27일 각 단지별로 출범했다. 이제 이들이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다. 지난 2월 선정에서 지금까지 그 준비작업이 진행된 셈이다.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지만 문제는 속도다. 단지 조성이 앞서 준비하는데만 이 정도가 걸렸다면 단지가 만들어져도 선제적 대응은 쉽지 않다. 지금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더 채찍질을 해야 하는 이유다. 주마가편(走馬加鞭), 추진단이 짊어진 첫 과제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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