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사람들은 모든 생물이나 무생물이 존재하면서 하늘의 영혼(靈魂)이 그(生物·無生物)에게 깃들어서 그와 함께 지내다가 천명을 다하면 고향인 하늘나라(天堂)로 돌아간다고 믿어왔다. 영혼은 어떤 사물과 인연을 맺으면 생명을 부여하고 그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여겨지는 무형의 실체(?)라서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진 않지만 그 행위를 대신하는 사물과 영(靈)적 소통이 가능해 영혼이 그 의지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다. 영혼이 당신과 지식이나 감정, 생각이나 의지 등의 정신활동을 함께하도록 일깨우는 마음(心靈)이 바로 당신의 영(靈, soul)이라 믿는다면 쉬 이해가 되리라.

이런 영혼의 존재여부와 행위특성 등에 대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할 순 없지만, 어떤 사물이 존재하면서부터 그와 함께했을 것이라는 주장을 만물의 영장도 부정하지 않으니 거룩한 존재(?)로 지금까지 흘러오면서 그렇게 믿고 따르며 감사하고 존경하는 것이리라.

영험(靈驗)하다고 마을의 수호신으로 받드는 수백천년의 느티나무와 동네를 지켜주는 장군바위, 소원을 들어준다는 보살상과 마리아상, 상원사 종소리와 치악산 전설, 신립장군의 배수진 설화, 영혼결혼식, 객사한 할아버지의 혼령이 손자의 꿈에 나타나 집(墓所) 좀 지어 달라는 얘기 등이 그렇다.

특정 종교와 사물을 믿고 그 주의 주장을 따르면서 그대로 실천하는 일들도 그렇다. 성서와 경전의 내용을 일러주며 실천을 다짐하는 석가나 예수와의 대화, 동식물이나 산과 들, 강이나 바다와 반려사물, 하늘이나 별들과의 속삭임도 영혼의 존재를 믿게 하는 것이다. 그 대화는 자신만 알고 있는 실천의 다짐으로 영혼의 능력을 굳게 믿기에 약속 지키기에 최선을 다한다.

그 대화는 마음을 통해 영혼에게 자기의 뜻을 전달하고, 같이 노력해 이뤄내자는 약속으로 그 결과를 가지고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영혼은 무신론자나 반신론자들에게도 다른 모습으로 스며들어 서로의 주장을 조정해 주니 영혼이 없는 것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사물에 깃들어 지내던 영혼이 그 사물이 소멸된 뒤에도 제집에 들지 못하고 남아서 주위를 떠도는 넋이나 혼령을 신(神)이라 하여 영혼과 구분을 짓기도 한다. 사람들이 영혼을 신이나 우상, 영정이나 위패, 유품이나 유물 등과 굳이 구분 지으려는 것은 비교우위라서가 아니라 함께하면서 나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며, 서로 소통하여 바른 길을 열어주고, 긴 여정에 고락을 함께해온 생의 주체로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아직도 살아 숨 쉬면서 밝은 미소로 맞아주기 때문이다.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김전원 충북인실련 상임대표

제삿날이나 명절에 옛 가족들과 함께하려고 찾아오는 조상의 영가(靈駕)는 먹지도 못하는 진수성찬에 격식 따라 절하며 축사로 벌세우는 것보다 기다리는 가족들과 자리를 같이 해서 그간의 소식 전하고 잘 지켜주심에 감사하는 훈훈한 정의 대화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마음 가다듬어 믿음 지켜주며 정신 일깨우는 영혼이 민속 신앙의 신과는 달리 내 안에서 나와 함께하니 마음에 소중히 간직하며 몸처럼 잘 받들어야 한다. 적어도 그 영이 나를 세워준 내 마음의 주인이었음을 믿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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