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완종 사회경제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일까.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 불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본격적으로 시작을 알렸지만 소비진작에 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상 최대 규모인 2천여개 업체가 참여해 위드코로나에 발맞춰 각종 온·오프라인 행사가 동시에 진행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뚜껑을 열어보니 별 것 없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기대가 큰 만큼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게 가장 크다.
과거 국내 유통업계에서 11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였다. 연말 대목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 년전부터 '혹한의 11월'은 옛말이 됐다. 이 기간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각종 할인 행사들이 쏟아져서다.
블랙프라이데이는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이 기간 미국의 다양한 브랜드가 1년 중 가장 큰 폭의 할인 행사를 펼친다. 이 기간 소비 규모는 연간 소비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막대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해외 직구가 유행할 정도로 전세계적인 소비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를 표방한 국내 세일 행사는 수년만에 의미가 퇴색된 모습이다. 초기 눈길을 끌었던 '역대급 할인'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빈자리에는 허울뿐인 '세일'과 위축된 소비로 쌓인 재고상품들만 즐비하다. 실제로 일부 쇼핑몰에서는 상품 가격을 올려놓고 할인율을 높히는 등 눈속임을 통해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여기에 오프라인 유통매장 역시 형식적인 할인행사를 간판만 바꿔 참여하는 현실이다.
'눈 가리도 아웅'식의 눈속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들 역시 매년 반복되는 실망감에 이번에도 역시 '별 볼이 없다'는 인식이 크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라는 낙인이 찍히면 더이상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지속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 행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