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주무관

베란다 구석에 아이스팩을 쌓아놓은 봉지가 산더미처럼 커지고 있다. 물건 배송받고 쌓아놓고, 냉동실 정리하며 이제 쓸모가 없어 꺼내놓은 것이 몇십 개는 족히 된다. 언젠가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쌓아놓은 쓰레기였다. 여행을 가거나 멀리 있는 가족에게 방문한다고 해도 아이스팩이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활용을 해보려고 해도 소량만 필요했으니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아이스팩 재사용사업에 대한 안내를 보게 되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아이스팩을 수거해서 전통시장과 사용을 희망하는 업체에 배부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사람이 누군가 궁금해졌다. 더불어 한번 쓰고 버려지는 아이스팩이 아까웠던 차에 이거다 싶었다. 물 타입 제품은 물 만 따라 버리고 비닐은 따로 모았다. 젤 타입 중형 크기의 아이스팩만 추려본다. 재사용 가능한 아이스팩을 모아서 가까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가져다주면 종량제 봉투로 바꿔준다. 재사용이 가능한 아이스팩이 본연의 쓰임대로 쓰일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인데 참신하다 싶다.

시중에 유통되는 아이스팩의 80%는 고흡수성수지 충전재로 만들어져 물이 흡수되면 젤타입으로 변하는 것인데, 이 아이스팩의 정체는 바로 환경오염의 주범인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얼마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버리고 버려왔는지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끝내서는 안 될 일이다.

환경 문제의 중요성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 요새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은 편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모든 제품, 포장 및 자재를 태우지 않고,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토지, 해양, 공기로 배출하지 않으며 책임 있는 생산·소비·재사용 및 회수를 통해 모든 자원을 보존하는 것을 말하는데 실질적으로 일상생활에서 '낭비하지 않는 삶'을 목표로 한다. 비닐봉지 대신 시장바구니나 에코백을 사용하는 것, 플라스틱 수세미 대신 자연 수세미를 사용하는 것, 세제 대신 천연세제를 사용하는 것,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 등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소소한 제로 웨이스트 방법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자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2018년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 대란을 겪은 이후다. 이 문제로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더 인지하고,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렸던 재활용품에 대한 처리방법도 고민하게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었을 때 찾아온 코로나 19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배달음식과 택배 이용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더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지속적으로 기업에서 쓰레기 배출을 감축시킬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개인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국가나 기업 차원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또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재활용, 재사용에 대해 교육하는 일도 필요하다. 환경보호에 관한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것이 생활의 한 부분이 되게 말이다. 환경문제에 관해서는 자연이나 환경, 지구가 버텨줄까 싶어 걱정될 때가 많다. 플라스틱, 비닐, 아이스팩 등이 본연의 쓰임대로 재활용, 재사용 되어 쓰레기의 양을 줄이고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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