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병갑 사회경제부장

일상회복 1단계 시행(위드코로나)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한숨을 돌렸다.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찬물을 끼얹고 있다. 코로나19의 위기 속에서 오랜 기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산소호흡기 역할을 했던 지역 화폐가 최대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을 올해 대비 77%나 줄였다. 올 지역화폐 발행 정부 지원 예산은 1조2천522억원이다. 그러나 내년 지원 예산은 2천400억원에 불과하다. 무려 1조119억원이나 감소한 것이다. 이럴 경우 정부가 보조해주는 할인율이 올해 6~8%에서 내년 4%로 줄어든다. 전국 각 지자체 올 지역 화폐 발행 규모는 20조2천억원 대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년에는 6조원대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청주시가 발행하는 지역 화폐인 청주페이는 지난 2019년 12월 첫 발행된 후 누적발행액이 6천억원을 넘었다. 청주페이 카드 등록 수는 32만 개에 육박한다. 이는 청주시민 86만 명의 37%에 해당한다. 청주시민 3명 중 1명 이상이 사용하는 셈이다. 청주페이는 1인 월 50만원을 충전할 경우 최대 월 5만원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인센티브의 연간 한도는 50만원으로 예산 소진 시까지 지급된다. 소득공제 신청 시에는 사용금액의 30%(전통시장 사용시 40%)를 공제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혜택으로 발행 직후부터 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다. 이는 발행액으로 증명된다. 첫 해 발행액 41억원에서 2020년 2천543억원으로 60배가 늘어났다. 올해는 11월 현재 3천780억원이 발생되면서 시가 지원해 준 인센티브도 400억원에 근접했다.

청주페이 사용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준대규모점포, 유흥·사행업소, 본사직영 프랜차이즈 등을 제외한 지역 업체다. 지원 예산이 고스란히 해당 지역에서 소비된다. 지역 내 자금의 유출 방지와 소비촉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1등 공신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시간 제한·집합금지 등으로 오랜 기간 어려움에 직면했던 자영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이처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큰 힘이 돼준 지역화폐는 정부의 지원 예산이 크게 줄면서 내년에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장병갑 사회경제부장
장병갑 사회경제부장

이는 곧 지역 경제를 위협하고 위드코로나로 조금이나 기대됐던 지역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뻔하다. 그동안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에 많은 노력과 예산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여전히 폐업에 내몰리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어떤 정부 정책이 실질적으로 이들에게 도움이 됐는지 이제 따져봐야 한다.

지역화폐는 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산소호흡기'였다. 힘겹게 버티고 있는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득과 실을 면밀하게 따져 잘못된 정책이라며 바로 잡아야 한다. 위드코로나 시행에도 곧바로 경제 회복을 기대할 수도 없다. 지역 경제의 버팀목인 지역 화폐가 내년에도 활발히 유통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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