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대교에서 시민공원을 지나 무심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노라면 흰 백로 떼와 오리들이 먹이 사냥을 즐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고 있는 시민들과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는 활기찬 모습들이다.

무심천 뚝 밑 산책로를 끼고 흐르는 물을 따라 가면 흥덕 대교를 지나 제2 운천교를 만난다. 이 길에는 볼거리가 많다.

억새와 갈대숲에는 작은 굴뚝새가 살고 있다. 특히 퇴근길의 이 길은 대 자연의 서사시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처음 본 황홀했던 해와의 첫 만남을 난 잊을 수가 없다. 내 나이 20대 신혼 때이니까.

강서 2동 가는 길로 접어들면 늙은 은행 나무사이로 곡예 하듯 참새 떼들이 숨바꼭질을 했다. 난 이곳을 새들의 고향이라고 이름표를 붙였다. 은행 잎 만큼이나 많은 숫자의 참새 떼들이 조잘 거리고 노는 놀이터였다.

이곳에 서면 젊은 날 근무했던 학교 운동장의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운동장 한 가운데로 농수로가 흘렀다. 수양버들이 늘어진 사이사이 벤취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던 그 아이들을 떠 올리게 했다. 들판을 바라보면 밀레의 저녁종과 이삭 줍는 농부의 그림을 상상 시켰다.

1977년 이곳으로 이사를 오던 때는 이곳에 주막이 하나 있었다. 그 주막 주인은 오리를 길렀는데 도랑물에 동동 떠 먹이 사냥을 즐기는 오리 떼들의 "꽉꽉"대는 풍경이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그 때는 청원군에 속해 있었을 때였다. 맞은 편 소나무가 울창하게 서있는 문암동 그린 바우 작은 동산에는 한 때 청주시의 초중고 학생들이 까치 내를 향해 걷고 또 걸어서 소풍을 왔었다.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맛나게 먹고 잠재해 있던 끼를 마음껏 발휘하고 돌아갔던 추억이 담뿍 배여 있는 산이기도 하다.

바위아래 촛불을 켜 놓고 단정한 모습으로 두 손을 합장하고 기도하는 여인을 가끔 볼 수 있었던 곳이다. 숲이 우거지고 농수로가 흘러 뱀이 많았다.

서산의 붉은 해가 이글거리며 마지막 이별을 아쉬워하는 모습은 장관 중에 장관이다. 애기 똥 풀, 망초꽃과 아카시 꽃이 피면 저절로 향수 노래가 흥얼거려 졌다. 바람도 외면 할 수 없어 쉬었다 가는 곳이다.

도랑물에서 울어대는 황소개구리의 외마디 소리와 논두렁의 개구리가 고향 노래를 음정박자 틀리지 않고 부르는 밤 풍경도 희미한 그림자처럼 사라져 버렸다.

칙칙 폭폭 거리며 "뚜~우"하고 기적을 울리며 달려가는 기차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이곳에 손만 내밀면 사계절 자연을 감상하며 얼룩 배기 황소와 메뚜기 떼들과 놀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랬다. 지개위에 콩이나 수수 푸성귀를 짊어진 농부들을 만날 수 있었던 들판이 사라지고, 그린벨트 지역으로 여러 가지 규제를 받아야 했던 이곳에 쓰레기 매립이 끝나고 강서 2동 주민들의 희생으로 문암생태 공원이 만들어 졌다.

도로가 넓혀지고 테크노 단지가 조성되었다. 몇 년 사이 특수작물 하우단지는 간곳이 없고 우뚝우뚝 아파트가 서고 신도시로 변했다.

우회도로가 형성되고 엘지로가 생겨났으며 옛 모습은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송절동 백로 서식지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살고 있는데 늪지대가 많아서 송절동에 둥지를 틀었다. 가까이 사는 주민들은 불만이 많으나 공존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사람들의 인심은 이기주위로 팽배해져 갔고 이 길로 다니는 버스를 타지 않으면 소통이 멈추었던 곳은 테크노단지로 동사무소가 옮겨진 후 이제는 아쉬울 것 없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시대의 흐름을 따를 수밖에 없다.

추억과 낭만은 사라지고 새로운 꿈이 형성되는 이곳을 희망으로 받아 드리는 주민들은 활기차다. 청주시에서 가장 작은 동이었던 강서2동은 아파트 입주가 시작 되면서 인구 1만 삼천 명이 넘게 불어났다.

학생 수가 적어서 폐교 직전이었던 내곡 초등학교는 넘쳐나는 학생 수를 수용하기 위하여 분주하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고향을 등지고 떠났던 자식들이 돌아와 부모님을 모시고 살겠다고 한다. 그동안 삶의 터전을 지켜온 실버 세대들의 노고를 청주시는 아는지 모르는지 쓰레기더미가 공원으로 탈바꿈한 문암 생태공원을 보면 옛 생각이 절로 난다.

강서 2동 5개 직능단체는 활발하게 마을사랑을 실천 하고 있다. 수년간 수난의 수난기를 거쳐 만들어진 아름다운 곳이다. 길이길이 잘 보듬어 훌륭한 인재들이 속속 배출되길 소망하는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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