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고대 중국인들은 북방 유목민, 흉노(匈奴, 오랑캐)족을 두려워했다. 툭하면 침입해 사람을 죽이고 곡식을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특히 북방 지역에 사는 중국인은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다. 그들은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북방 군사력을 대대적으로 증강했다. 역부족이었다. 특별한 수를 내야 했다. 장성(長城) 축조였다. 높고 긴 성벽을 쌓아 감히 침입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장성 축조는 은(殷)나라를 멸하고 주(周)나라 건국에 주도적 역할을 한 강상(姜尙, 姜太公)이 시조인 제(齊)나라가 먼저 시작했다. 북방 흉노족과 접한 조(趙)나라와 연(燕)나라가 뒤질세라 뒤를 이었다. 나머지 전국 7웅(戰國七雄)도 장성을 축조했다. 변방 곳곳에 축조된 장성들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의 발판이 되었다.

전국 7웅을 통일한 진시황(秦始皇)은 이들 장성으로는 북방 흉노족의 침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급기야 기원전 215년 진시황은 부실한 장성들을 허물고 새로운 장성 축조를 명령했다. 그 결과가 10여 년에 걸쳐 축조돼 현존하는 만리장성이다. 군사와 백성 등 30만 명 정도가 반강제로 동원되었다. 그 길이가 2천700㎞, 갈라져 나온 성벽까지 합치면 6천400㎞로 지구 반지름과 같다. 달나라서도 볼 수 있는 유일한 인간축조물이다.

이처럼 중국인들은 흉노족 침입에 따른 불안감을 떨쳐 버리기 위해 담벼락을 높고 길고 단단하게 쌓았다. 물리적으로 감히 침입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중국인들은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철벽의 담벼락 안에서 안심(安心)되는 마음을 가지며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이른바 '안도감(安堵感)'을 가지고 말이다. 안도감. 편안할 '安', 담벼락 '堵', 느낄 '感'으로 구성된 글자다. 누구도 침입할 수 없는 담벼락 안에서 편안하게 산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만리장성 안에서 흉노족 침입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떨쳐 버리고 안락하게 산 셈이다. 여기서 '안도감'이 탄생했다.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유래도 모른 채 널리 사용되었다. 40여 년 전 '안도감을 한자어로 쓰라'는 모 대학 본고사 문제로 출제되기도 했다.

요즘 안도감이 전 세계적으로 무척이나 수난을 당하고 있다. 아니 실종이라 봄이 맞다. 마치 중국인들이 흉노족의 호시탐탐으로 안도감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전 인류가 도대체 안도감을 느낄 수 없다는 얘기다. 흉노족 침입 우려도 없는데, 왜 그리고 언제부터 인류는 불안 속에서 사는 것일까? 전 지구를 예고 없이 무지막지하게 침공한 코로나19가 그 불안감 초래의 주범이다. 인류를 초토화할 기세다. 침공한 지 벌써 2년이 넘어간다. 우주를 정복할 기세인 첨단 과학과 의학도 속수무책이다. 언제 어디서 기총소사(機銃掃射) 세례를 받을지 몰라 사람 만나기도, 어딜 가기도 불안하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많은 국가는 인류 공존을 위해 코로나19 퇴치에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인이 흉노족 침입을 막기 위해 장성을 쌓았던 것처럼 인류도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철저하게 물리적, 사회적 담을 쌓고 있다. 다름 아닌 물리적 거리두기다. 물리적으로 2m 거리를 둔다. 신체적 의사소통은 디지털 기계가 대신하거나 최소화하고 피한다. 면대면의 아우라를 느끼지 못해 불안전하고 무미건조한 의사소통이다. 마스크 착용 역시 코로나19 방어의 최선책이다. 착용할 때 무척이나 불편했던 마스크는 코로나19 침입 이후 착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편하고 불안하다. 흉노족이 만리장성을 넘보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코로나19 역시 마스크를 넘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사회적, 물리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모두 담벼락이다. 면역력 확보를 위한 항원, 백신도 담벼락 역할을 충분히 한다. 급조한 백신이지만 사용이 불가피하다. 다소의 부작용이 따르지만, 미접종보다 접종에서 얻는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누가 무어라 해도 물샐틈없는 경비다. 만리장성, 이삼중의 철책 휴전선, 고급저택의 고압선 담처럼 말이다. 이 정도면 안도감을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아니다. 오히려 불안의 연속이다. 코로나19가 곳곳에 도사리고, 확진자는 줄지 않고 있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역시 늘고 있다. 철저하게 쌓은 담벼락에 작은 구멍이라도 난 것일까? 마스크 미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미준수, 백신 접종 거부 때문인가?

진시황이 이미 축조된 장성을 불신해 더 높고 길고 튼튼한 만리장성을 축조한 것처럼 더 강력하고 철저한 코로나19 방어벽을 마련해야 한단 말인가? 확실한 '안도감' 성취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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