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유산 미디어 아트쇼 '속리산 법주사 빛의 향연'이 오는 30일부터 한 달 동안 법주사 일원에서 펼쳐진다./ 보은군 제공
법주사 미디어아트쇼 관련 자료사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속리산 법주사에 새 명소가 더해지게 됐다. 오래된 큰 사찰에 있는 각종 문화재를 따로 보관할 성보박물관(聖寶博物館)이 법주사에도 지어진다. 도난이나 훼손 등의 위험요인으로부터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보존·전시하는 게 주 목적이다. 15일 첫삽을 떠 내년말 완공할 예정인데 다른 사찰들과 비교해보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지어진지 1천500년이 넘는 고찰(古刹)로 국보 3점에 보물 12점, 충북도 유형문화재 22점 등 43점의 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전문적 관리가 진작부터 필요했다.

널리 알려진대로 법주사는 우리나라 대표 전통사찰의 하나로 지난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당시 공주 마곡사, 양산 통도사 등 전국 전통사찰 7곳이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한꺼번에 등재됐는데 이들 가운데 성보박물관이 없는 곳은 법주사가 유일하다. 이는 역사와 위상 등이 제각각인 다른 산사에 뒤질 것이 없는 법주사의 처우가 그만큼 소홀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이곳의 문화유산들이 위상에 걸맞게 보존·관리돼야 한다. 이를 위한 첫발을 뒤늦게 내디딘 셈이다.

사찰의 문화유산을 다루는 성보박물관은 체계적인 관리·전시와 연구를 통해 이들의 유산적 가치와 올바른 불교문화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87년 경남 양산 통도사의 독립 전시관을 시작으로 전국 유명사찰들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세계유산 외에도 팔만대장경이 있는 합천 해인사, 국보 4점과 보물 27점이 있는 송광사, 부산 범어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성보박물관은 유산 전승은 물론 새로운 관람객 창출과 지역문화 진흥에 적잖게 기여하고 있다. 이제 법주사도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이런 점들은 세계문화유산 등재시 법주사 박물관 건립이 조건으로 붙게된 이유가 된다. 즉, 세계문화유산이 되려면 그 정도의 관리는 기본이라는 것이다. 뒤늦었지만 법주사 성보박물관 건립에 열띤 성원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름만 세계문화유산이 아닌 실제 가치를 더 드높이고 빛내는 노력이 가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법주사 성보박물관은 건물 준공과 유물 전시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미 앞선 많은 성보박물관들과도 차별화돼야 한다. 늦게 시작한 게 결코 걸림돌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전시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보, 보물 등 가치가 뛰어난 지정문화재도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는 세상이다. 이런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는 것만으로 성보박물관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역할을 할 수 없다. 법주사의 존재가치를 더 키우고, 지역 역사문화까지 아우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런 기대치까지는 아니어도 성보박물관이 법주사를 찾는 이유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설은 활용 정도에 따라 쓸모가 크게 달라진다. 하물며 가치를 소장하는 박물관이라면 두말할 나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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