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단풍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보은 말티재가 만추(晩秋)의 서정을 느끼게 하고 있다. 휴일인 15일 막바지 단풍을 즐기려는 나들이객들이 말티재 전망대를 찾아 늦가을 정취를 즐기고 있다. / 김용수
단풍 관련 자료사진

가을 중턱은 만산홍엽, 단풍(丹楓)이고 그 끝자락은 낙엽(落葉)이다. 중턱과 끝자락 간격은 아주 짧다. 잎은 푸른색의 엽록소, 붉은색의 안토시아닌, 황색의 엽황소 등 다양한 색을 지닌다. 가을이 되면 대기가 건조하고 기온이 떨어지면서 엽록소가 파괴된다.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나머지 색들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온갖 빛깔로 자태를 뽐낸다. 이도 잠시, 단풍의 화려함을 느낄만하면 부지불식간 낙엽이다. 자태를 더 뽐내도 될텐데 그러하지 못하다. 뭣이 급해 그리도 서둘러 떠나는가?

도심 속 가로수 단풍은 그 일생이 기구하다. 낙엽이 되면 인간과 차량에 무지막지하게 짓밟혀 형태조차 없어지고 쓰레기가 돼 소사(燒死)한다. 도시민의 눈을 잠시 호사시킨 뒤 뭣하나 수혜 없이 불행한 운명에 처한다. 숲의 단풍은 새 생명 잉태를 위한 자양분 몫을 하는데 같은 낙엽이면서도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도심 속 단풍을 보면 안쓰럽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이유는 뭘까? 잎의 주된 역할은 광합성이다. 빛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로부터 생존에 필요한 탄수화물과 산소를 생산하는 과정이다. 물은 뿌리가 땅속에서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는 잎이 대기에서 흡수한다. 광합성은 동물이 삶을 위해 양식을 먹는 과정과 같다.

기온 강하로 엽록소가 파괴되면 광합성이 불가능하다. 잎이 달려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뿌리가 얻은 수분이 잎 뒷면을 통해 증발한다. 가을과 겨울에는 강수량이 적어 수분 흡수율이 크게 떨어진다. 나무가 광합성을 하지 않고 수분만 배출하면 고사(枯死)한다. 이를 막으려고 광합성 중지에 이어 잎과 줄기 사이에 떨겨층(Abscission layer)을 만든다. 코르크 성분의 수분차단 장치다. 바람 등 약한 충격에도 파손돼 잎을 추락시킨다. 추풍낙엽(秋風落葉)이다.

한낱 단풍인들 더 오랫동안 자태를 뽐내고 싶지 않겠는가? 모체를 살리고 새 생명 잉태를 위한 희생이 먼저다. 한겨울에 나목(裸木)을 남겨놓기 위함이 아니다.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더욱 화사한 단풍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인간은 이런 섭리를 느끼고 본받는다. 인간종에 속하지만, 별종이 있다. 정치인이다. 그들의 목표인 권력포획 과정에는 단풍의 섭리를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권력을 남획해 남용하고 외람하고 남발한다. 그들을 믿고 권력을 위임하는 우리는 그들의 술수에 속지 말아야 하는데 늘 그 반대다. 그들의 사탕발림에 말이다. 선거철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선택 대상을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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