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 군사반란을 주도해 정권을 잡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한 달 사이에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과거 행위에 대한 반성 여부를 놓고 국민 감정은 전혀 달랐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내란죄 실형에도 88올림픽 성공 개최, 북방 정책 추진 등 재임 시절 성과와 추징금 완납이 인정돼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렀으나 전 전 대통령은 진실한 사과 거부와 추징금 미납 등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해 국가 차원의 예우를 하지 않겠다고 내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전 전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청와대 차원의 조화와 조문 계획은 없다"며 예우에 선을 그었다.

국무총리실도 이날 "국가장으로 예우한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전 전 대통령은 정권 불법 탈취와 광주 학살 책임에 대해 끝까지 사과하지 않아 전직 대통령 예우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등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도 조문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 전 대통령의 전직 대통령 예우는 현행법으로도 불가능하다. 국가 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내란죄로 실형을 선고 받으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육군사관학교 동기이자 군부 사조직인 하나회 핵심 멤버인 두 전직 대통령은 퇴임 후인 1995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12·12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살인죄 등으로 함께 구속돼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이 확정된 뒤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이후 이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다. 노 전 대통령은 군사 반란과 재임시절 비자금 모금을 사과하고 추징금 2천628억원을 16년 만인 2013년 모두 완납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강제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무차별 발포로 시민 260여 명이 사망하고 81명이 행방불명됐다. 또 1천100여 명이 다치는 등 광주 시민 5천500여 명이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는 2017년 출간한 회고록에서도 "광주에서 국군의 의도적이고 무차별적인 양민 살상행위는 일어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발포 명령은 아예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해 거센 반발을 샀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논설고문

또 계엄군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몬시뇰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항소해 오는 29일 결심 공판을 앞뒀다. 특히 사망 전날까지 추징금 미납과 발포 명령, 학살 책임에 대해 진실한 사과를 거부하고 당당했다.

모든 행위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죽어서도 벗어날 수 없다. 진실도 영원히 감출 수 없으며 반드시 밝혀진다.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나중에 후회말고 행동과 말에 신중해야 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