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 한 컷… 기억의 페이지서 꺼내보는 그 시절

[중부매일 유창림 기자]점차 사라지고 있는 천안의 마을별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진전이 지난 11월 20~26일 천안시청 1층 로비에서 열렸다.

올해 세 번째로 열린 '천안의 사라지는 전통문화와 정겨운 우리 동네 사진전'은 (사)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DPAK)가 천안문화재단의 문화예술창작지원을 받아 개최됐다.

점차 사라지고 있는 천안지역의 마을별 고유한 전통민속문화와 각종 개발로 인해 빠르게 없어지고 있는 정겨운 동네의 현재 모습을 기록으로 담은 사진이 이번 전시회에 나왔다. 특히 올해는 천안 읍면지역의 마을에서 거의 사라진 전통민속행사인 산신제, 장승제, 미륵제를 포함하고 있어 시의적절하면서 매우 의미 있는 사진전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편집자

 

천안시 광덕면 광덕4리 만복골 산신제

천안시 광덕면 광덕4리 만복골 산신제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천안시 광덕면 광덕4리 만복골 산신제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광덕4리에서는 정월 초순 길일을 택해 산신제를 지낸다. 제를 지낼 때 각호의 소지를 올려 주고 제를 지낸 음식은 나누어 먹었다. 제단 위 벽면에는 위패와 같이 태화산산위라고 적힌 종이를 표구한 액자를 봉안하고 있다.

한편, 이 마을에는 만복사가 있었다. 만복사는 신라 43대 흥덕왕 7년(832) 진산법사가 광덕사와 함께 이 절을 지었는데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없어졌다고 한다.

 

천안시 병천면 도원1리 미륵제

천안시 병천면 도원1리 미륵제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천안시 병천면 도원1리 미륵제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병천면 도원리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 자연석이 있다. 이 바위를 마을에서는 미륵이라고 하고 있으며 매년 음력 정월 9일 제물을 준비해 제를 지낸다.

마을에 있는 절의 주지 스님이 미륵제를 주관하고 마을의 부녀자들이 함께 제를 올린다. 이 미륵은 100여년 전 갓 바위가 없는 상태로 있었다. 아들이 없는 김훈경의 부인이 날마다 밥을 지어 미륵 앞에 갖다 놓고 지성으로 아들을 낳기를 빌었는데 어느 날 꿈에 미륵이 나타나 갓이 없어서 마을 밖 출입을 할 수 없으니 갓을 지어주면 소원대로 아들을 점지해 준다고 해 다음날 미륵바위에 갓 모양을 한 돌을 올려 놓았다는 전설이 있다.


 

천안시 성거읍 송남2리 남창마을 산신제

천안시 성거읍 송남2리 남창마을 산신제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천안시 성거읍 송남2리 남창마을 산신제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산신당이 있는 남창마을은 성거산(해발 578m) 아래 자리한 작은 시골마을이다. 삼국 전쟁이 끊이지 않을 때 백제 북방의 군사요충지로 군량미를 저장하는 창고를 지었다고 해 이름을 남창리(고을 남쪽에 위치한 창고)라고 불렀다.

주민들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기 위해 매년 음력 정월 초이튿날 산신제를 지낸다. 마을 어르신들이 모여 길운이 든 20~60대 사이의 남자 중 제관 1명과 제관을 보조하는 측관 1명을 뽑았다. 산신제를 올리던 기존의 산신당은 2010년 산주에 의해 허물어졌다.

 

천안시 풍세면 용정4리 상도산신제

천안시 풍세면 용정4리 상도산신제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천안시 풍세면 용정4리 상도산신제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돈마루의 위에 위치하고 있어서 위돈마루라고 부르는 이 마을은 용정리 4구에 속한다. 음력 정월 초칠일 오후 6시경에 태화산에 올라가 제를 지내는데 정초에 주민 중에서 생기복덕을 가려서 세명의 제관을 선정한다.제주 1인, 축관 1인과 제물을 준비하는 주당 1인을 선정하면 그 날부터 제를 지내고 내려올 때까지 술, 담배를 금하고 문밖 출입을 삼가며 탈없이 지내야 한다. 산신제를 올리는 돈마루산제당은 태학산 중턱에 위치해 있으며 하도마을과 함께 사용한다. 제가 끝나면 각 호의 소지를 올려 마을의 안녕과 주민의 견강을 음식은 마을 주민들이 다 모여서 나누어 먹는다.
 

[인터뷰] 신장식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천안지회장

신장식(65) 천안지회장은 3년 전 경찰에서 퇴임하면서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천안지회를 이끌게 됐다.

그가 취임하면서 첫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우리동네 사진전이다.

빠른 도시화 속에서도 시골 마을에서 전해지고 있는 산신제, 우물제, 느티나무제 등의 기록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고 회원들과 재능기부 차원으로 의기투합을 하면서 사진전을 시작했다.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신장식 천안지회장 /유창림
㈔한국디지털사진가협회 신장식 천안지회장 /유창림

31명의 회원들은 천안지역 곳곳을 돌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각종 민속문화를 사진에 담았다.

사진전이 끝난 뒤 각 마을별 사진은 다시 마을에 돌려준다. 마을에서도 기록으로 남은 사진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신 지회장은 내년에 이 사진을 모두 엮어 300쪽 분량의 도록을 계획하고 있다. 도록에는 각 마을 민속문화에 대한 준비과정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담을 계획이다.

신 지회장은 "천안다움을 생각하는 회원들이 고운 눈길로 발길로 만들어 낸 정겨운 우리 동네 사진들을 통해 고유한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며 "회를 거듭할수록 호흡이 깊어지고 밀도성을 유지해 가는 이번 전시회가 시민들께 각별한 애정을 불러일으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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