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의 정
밥 한 그릇의 정
  • 중부매일
  • 승인 2021.11.29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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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모임득 수필가

영화 밥정情을 보며 가슴이 먹먹하였다.

방송에서 본 임지호 셰프가 한 요리는 매번 감동이었다. 주위에 있는 나뭇가지나 꽃, 이끼 등을 이용해 요리하고 장식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평생을 떠돌아다니며 발길 닿는 대로 재료를 찾고 손길 닿는 대로 요리를 만들었다. 그에게 요리는 어린 시절의 아픔을 치유하고 세상 사람을 만나는 통로였다.

가슴으로 키운 자식도 자식이라는 양어머니의 가르침을 받들어 평생 눈에 보이는 일이라면 돈은 생각하지 않고 무슨 일이든지 했다고 한다. 연탄 장수, 화가, 요리사 거친 손으로 그리움을 꾹꾹 눌러 담아 길거리에서 만난 어르신들께 음식을 대접하는 그. 돌담에 핀 이끼로 요리를 만들고 뒷산에서 주운 솔방울로 국수를 만든다. 냉잇국도 토란국도 모두 땅의 기운을 담아 밥상에 올린다.

"자연에서 나는 것은 아무것도 버릴 것이 없다."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는 요리철학과 삶을 다룬다.

방랑 식객 임지호 셰프가 생이별한 친어머니, 가슴으로 기르신 양어머니, 길 위에서 인연을 맺은 지리산 어머니를 위해 그리움으로 짓고 진심을 눌러 담아 정성껏 차린 다큐멘터리 영화. 박혜령 감독이 10년의 여정 속에서 우러나는 인생의 참맛을 그린 작품이다.

고드름, 단풍 든 산, 꽃 핀 봄, 여름 소낙비, 청초한 보랏빛 도라지, 가을비에 낙엽 몇 개 남은 단풍잎, 파란 지붕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목가적인 풍경 등 영화는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을 보여준다.

지리산에서 만난 김순규 할머니와의 인연을 10년간 이어가지만 끝내 세 번째 어머니와도 이별을 맞게 된다.

지리산 어머니는 멀미 때문에 그곳을 벗어 난 적이 없단다. 그래서 바다의 맛과 계절의 향, 자연의 모든 것과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세 분의 어머니를 위해 음식을 대접하려고 3일 동안 108가지 요리를 한다.

머위잎 삶고 도라지 무치고 문어를 삶고 이부자리도 펴지 않고 엎드려서 쪽잠을 잔 뒤, 지리산 어머니네 열악한 부엌 환경에서 요리는 이어진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절구질 시작, 찹쌀과 콩을 섞어 떡을 만들고 호박전, 동그랑땡…. 천둥 치고 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음식에 전념한다.

드디어 정성을 꾹꾹 눌러 담은 103개의 요리 접시와 5개의 빈 접시가 대청마루에 놓였다. 5개 빈 접시에는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자세를 담았다고 한다. 허영심을 버리고, 거짓말하지 않는 것, 부지런할 것,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평점 심을 가질 것과 음식을 먹을 사람에게 어떤 음식을 나눌지 재료를 판단하는 매의 눈을 갖는 것이다.

마당 맨바닥에서 절을 올리는 장면이 이 영화의 압권이 아닐까 싶다. 김순규 할머니 가족들과 제사를 모시고 밥을 나누어 먹는 장면에서 따뜻한 정이 묻어난다.

모임득 수필가
모임득 수필가

걸음걸음이 그리움이었다. 만나는 인연이 모두 어머니였다. 누군가의 허기를 채우는 건 얼굴도 모르는 친어머니의 허기를 채우는 것이었다. 짧은 인생을 살다간 그는 그곳에서도 요리를 계속하고 있을까. 밥과 사랑과 그리움은 그에게 한 단어였다. 영화는 밥으로 정을 나누는 인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밥'으로 이어지는 모락모락 피어나는 '정'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공감과 감동을 전한다. 진하게 우려낸 진국 같은 영화. 죽 위에 올려진 달개비꽃 세 송이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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