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계절에 어두운 표정을 짓는 농업인들이 있다. 정성 들여 키운 작물들을 도둑맞은 농가들이다. 농산물은 현금화가 쉬울뿐더러, 농촌지역은 방범이 취약하고 범죄 대응력이 약한 고령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아 절도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농촌은 도난사고 예방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 곳곳의 마을 초입에는 '농작물 절도행위 금지' 등의 경고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려 있지만 이를 본 도시민 등은 농촌인심이 '흉흉해 졌다'는 식으로 반응할 뿐이다. 심지어 최근엔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생계형 농산물 절도 사건마저 늘고 있다. 자가용으로 농촌을 관광하듯 다니며 샤인머스켓, 황금향 등과 같은 고가의 농산물을 훔쳐 판매한다고 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농산물 절도사건은 매년 5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2017년부터 올 7월까지 발생한 2천380건 가운데 절도범을 잡은 사건은 불과 1천25건(43.1%)에 그치고 있다. 1년동안 애써 생산한 농산물을 한순간에 잃게 되면 깊은 상실감에 경제적 손실을 넘어 농심파괴는 물론 농사지을 의욕마저 잃을 수 있다. 지역 경찰과 농협직원 등이 절도예방을 위해 방범진단과 저장창고 잠금장치·경보기 등 방법시설 보완을 독려하고 있지만, 농업인 스스로도 주의가 필요하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또한 과거의 추억에 잠시 사로잡혀 '서리'라는 명목으로, 또는 어차피 버려지는 것도 있는데 라며 주인 허락도 없이 수확물을 가져가는 일부 방문객들의 각성도 중요하다. 자신의 주거지에 허락도 없이 들어와서 물건을 가져간다면 손놓고 있을지 역시사지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농업인들의 입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자기 가족이 1년동안 힘들여 키운 농산물이라 생각하고 농촌의 수확물들을 자율방범대원이 돼 보듬어 주길 농업계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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