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 사랑의온도탑이 8년 연속 100도 달성에 성공했다. 사진은 청주 상당공원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 /충북공동모금회 제공
사랑의 온도탑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올들어 물가상승세가 계속되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인상 소식에는 놀라기보다 체념이 앞선다. 서민들의 밥상물가는 더 심각하다. 신선채소, 계란 등 식품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장보기가 무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지경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급기야 지난달에는 10년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공급 차질 등 코로나19 여파로 엉켜버린 세계경제 탓이 크지만 임대료·세금·금리 인상 등도 한몫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高)물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전국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지만 충청권의 상승률이 다른 지역을 웃돌아 물가한파가 더 거셌다. 지난달의 경우 충북 3.9%, 충남 3.8%, 대전 3.7% 등 전국평균 이상을 기록했다. 지출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에 더 민감한 생활물가지수만 살펴보면 인상폭은 더 크다. 충북 6.2%. 충남과 대전은 각각 5.5% 올랐다. 서민들의 밥상물가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는 대전이 7.1%로 가장 많이 올랐고, 충북은 6.8%인 반면 충남은 3.6%로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지출부문 중에서는 급등한 기름값에 교통부문의 인상폭이 다른 부문의 2배에 이르렀다.

지금의 물가상승이 예년에 비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 때문이다. 방역규제의 그늘 속에 바닥경기가 만 2년째 살아나지 못하는 등 소비경제가 말이 아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 어느정도 틈새를 메우고는 있지만 역부족이다. 업종에 따른 경기 양극화에 소득 양극화까지 겹쳐 어려움의 강도는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경제상황은 곧바로 주머니 사정과 연결된다. 매년 이맘때면 넉넉하지 못해도 나눔을 잊지 않고 실천하는 이들이 적지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걱정이 앞선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겨울을 나기 어려운 이들이 생각나 주위를 돌아보게 된다. 11월부터 연말연시에 기부가 몰리는 것도 이런 연유다. 올 겨울에도 이미 몇몇 곳에서 온정의 손길이 시작됐다. 그런데 올들어 10월까지 소외계층에 대한 기업체 등의 기부가 예년보다 많이 감소했다고 한다. 접수기관에 따라 많게는 2배쯤 줄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코로나 첫해인 지난해와 달리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온정이 메마르지 않을 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계속되는 힘든 상황에 주머니 끈을 더 조여야 할 판이어서다.

베품과 나눔, 어려운 이들에 대한 온정은 우리들의 오랜 자랑거리다. 지난해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속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역대 최고의 모금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이웃을 향한 따뜻함을 잃지 않았다. 충청권에서도 4개 시·도 모두 경제상황을 감안한 '희망나눔캠페인' 목표액을 훌쩍 넘기면서 충청민의 온정과 저력을 보여줬다. 그런 까닭에 올해도 지난해 못지않은 '사랑의 온도'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일 사랑의 온도탑이 다시 세워졌다. 형편을 따지기에 앞서 이웃을 위해 주머니를 여는 손길이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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