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명훈 소설가

"극심한 기후변화가 5년만에 와야해." 귀가 번쩍 뜨였다. 더군다나 말하는 사람이 탄소중립 전문가이다. 친구들 모임에서 그 중 한명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원장인 김종남 박사에게 "뭔 말이야?" 되물었다 "그래야만 국제 정치가 움직여" 화들짝 깨어나는 맛이 있었다. 하긴 환경운동가 툰베리의 분노나 나오미 클라인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 정치는 모색과 노력들이 있지만 미온적으로 보인다. '개구리는 물이 서서히 뜨거워지면 익어버려. 확 뜨거워지면 개구리가 화들짝 놀라 뛰쳐나오지.' 기후 변화, 탄소 중립의 전문가이니만큼 그가 그동안 연구해온 총체를 나로서 잘 알 순 없다. 그러나 그의 말은 역설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하나뿐인 지구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문명 및 생태계의 위기, 인류의 위기가 점점 명백해지는데도 국제 정치 지도나 국제 질서는 그 대처에 미흡하기 그지없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200년 만에 세계 인구는 8배, 세계 GDP는 120배 증가했다. 그러기 위해 세계 1차 에너지는 30배 증가했다. 그중 84%가 화석연료이다. 그로 인해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온도는 1.2도 상승했다. 평균 온도가 1.5도를 넘어서면 지구는 탄력성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2100년까지 평균 온도를 1.5도 이내로 맞추려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뤄야 한다고 해서 탄소 중립이 나왔다. 앞으로 남은 30년. 이 기간 동안에 200년간 인류가 저질러온 과오가 과연 정리되고 지속가능한 미래가 펼쳐질 수 있을 것인가. 김 원장의 말이자 세계적 관심사이다.

또다른 전문가에 의하면 2040년에 1.5도, 2060년이면 2도 올라 지구는 회복 불가능한 것으로 간다고 한다. 2050년엔 생물종의 25%가 멸종된다는 말도 있다. 지구가 뜨거워짐으로 인해 동토층이 녹아 메탄이 대기에 흡수될 가능성도 크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1배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물론 탄소 중립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생태 숲 조성 및 갯벌과 논습지 유지, 산업계에서의 탄소 포집과 탄소 재활용, 세계적 기후 모임의 활성화 및 제도적 시행 등등 말이다.

그러나 티핑 포인트에 이르기 전에 재앙의 가속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구에 닥칠 기후적 위기들을 과학에서 충분히 다루었다고 해도 자연의 균형이 깨짐으로서 나올 위기들은 인간의 능력을 비웃으며 가속도를 타며 연쇄반응으로 번질 수 있다. 더군다나 IPCC 제 1실무그룹 6차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배출량이 많아질수록 해양과 지면 생태계에서 탄소를 흡수하는 효율이 떨어진다.

세계 기후나 환경 문제는 이미 지구의 취약한 곳들을 건들며 해마다 그 피해와 파급효과가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극심한 기후 변화가 5년 이내에 와야 한다는 김 원장의 역설은 그러한 것들에 대한 경종이다. 툰베리의 분노처럼 다음 세대에게 문명의 짐을 물려주면 안된다. 제로 웨이스트 등 일상에서의 환경 운동도 중요하지만 세계적 기업과 정치 수준에서 더욱 획기적인 틀을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기후 변화는 자본주의와 기후의 전쟁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나오미 클라인의 책이 나온지 오래 지났어도 세계 구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주춤할 뿐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이명훈 소설가
이명훈 소설가

티핑 포인트에 다다를수록 그 순간을 앞당기는 재앙의 가속도와 연쇄는 무섭도록 증가할 확률이 크다. 절대적으로 절박함에도 미온적인 기후 위기 문제. 그 아이러니 속에 숨어 있을 시간도 지났다. 기후 위기에 대한 확연한 각성과 인지의 확산, 전방위적 실천이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