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진순 수필가

주말에 아이들이 어미를 보겠다고 몰려온단다.

틈틈이 봄부터 씨 뿌리고 가꾼 텃밭에서 얻은 유기농 고추 무, 배추, 파 갓등으로 동치미, 총각김치, 배추김치, 깍두기, 장아찌 등등 겨울반찬을 만들어 두었다.

참깨와 들깨, 콩, 고추는 양념으로 충분하다. 다람쥐가 겨울 양식을 모으듯 내년 일 년 먹을거리를 준비해 두었더니 부자가 부럽지 않다.

여름내 말려 두었던 고추를 손질하여 방앗간에서 고추장 만들 고추를 빻아 가지고 고추장 담을 레시피대로 재료를 준비한다.

올해는 찌개용 고추장을 넉넉히 담아서 아이들과 신세진 이웃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 보리쌀을 타다 깨끗이 씻어 고두밥을 쪄서 전기 장판위에 고슬고슬하게 피워 띄운다. 3일 동안 신주단지 모시듯 이불로 덮어 두었더니 갈색 빛으로 곱게 향내를 풍기며 발효가 되었다. 엿질금을 물에 담가 걸러서 가마솥에 넣고 다리기 시작 하였다. 끈적끈적하며 달큰한 맛이 날 때 까지 오래 다려야 병폐가 없다. 어설피 다리면 고추장에 곰팡이가 피기 때문이다.

메주와 고춧가루 소금을 준비해 놓고 보리쌀 띄운 밥에 엿질금 물을 부어 가며 농도를 조절하며 버무리기 시작 했다. 팔이 아프게 저어가며 한참을 이마에 땀이 흐를 만큼 젓는 동안 온가족이 모여들었다. 긴 주걱을 서로 돌려가며 저으니 고운 빛깔의 고추장이 완성되기 시작하였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며 손가락에 고추장을 찍어 맛을 보았다. 그리고는 플라스틱 병에 퍼 담아서 각자 몫을 나누웠다. 남은 것은 항아리에 담아 장독대에 놓으니 가족들은 싱글벙글 이다.

난 무를 씻어다 놓았다. 채를 썰어 설탕에 1:1의 비율로 버무려 효소를 담기 위해서다. 가을에 구하기 쉬운 무 효소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먹을 시중에서 파는 맛의 고추장을 담는 재료로 훌륭하기 때문이다. 무 효소는 일주일 가까이 되면 항아리 안에서 쪼글쪼글 해진다. 이때 재빨리 건져내야 한다. 그냥두면 물을 다시 먹어 통통해 진다.

무건지는 장아찌를 담아도 좋다. 그리고는 물을 잘 보관 발효를 시킨다. 봄이 될 때까지 보관해 두었다가 메주와 고춧가루 조청과고추장 밥을 준비해서 무효소로 버무리면 즉석 고추장이 된다. 번거롭게 엿질금 물을 다리지 않아도 맛깔스러운 고추장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난 아이들에게 찌개용과 즉석 고추장 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대대로 이어온 전통은 사라지고 김치까지 사먹는 세상으로 변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매일 먹는 먹거리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다른 건 몰라도 고추장, 된장, 김치는 모든 요리의 기본이 되는 식품이다. 직접 만들어서, 고추장 바른 돼지 불고기와, 김치찌개, 된장을 넣어 만든 국을 고집하는 난 구식 할머니 소리를 듣는다.

된장과 고추장을 석고 ,양파와 마늘, 두부를 으깨 넣어 짜지 않은 쌈장을 마련했다. 담아놓은 김장 반찬을 놓고 노오란 배추와 상추 풋고추를 씻어 한바구니 상에 올렸다. 앞마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조달을 하니 이보다 더 즐거운 만찬이 있을까. 자식들과 둘러 앉아 어미 밥상을 즐기는 장면만큼 보기 좋은 풍경은 없다. 손자 손녀들이 재잘거리는 앙증맞은 재롱을 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는다.

아이들은 오늘 고추장 어머니 특강을 잘 듣고 보았다며 앞으로 저의들도 직접 고추장을 담아 먹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진순 수필가
이진순 수필가

콩을 불려 사알짝 삶아둔 콩을 믹서에 갈아 후식으로 한잔씩 돌리니 고소한 베지밀이 되었다. 방부제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음료를 마시는 아이들 포정을 보니 이것이 피로 회복제가 아닌가.

코로나 19는 이년 가까이 아이들도 마음대로 만날 수 없게 했다. 이 또한 얼마만의 즐기는 가족 파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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