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12월이다. 하얀 소를 상징하는 신축년(辛丑年)이 시작된다고 여러 희망 섞인 말과 글들이 무수히 오갔던 시간이 바로 어제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벌써 2021년의 마지막 달이다. 수능을 마친 학생들은 이제 곧 다가올 정시준비에 여념이 없고, 우리 같은 회사원들은 한 해의 사업을 마무리하고 성과를 점검해야하는 버거운 시기다. 게다가 다음 해 사업계획을 구상하고 문서화하는 일은 가뜩이나 무거운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는 때이기도 하다.

가정에선 예전보다는 헐하다고 하겠지만 집집마다 김장을 담가 겨울 찬거리를 마련한다. 연탄을 들이는 풍경이나 수도관이 얼까 헌 옷가지로 싸매는 월동준비는 추억 속에나 존재하지만 12월 마지막 달은 우리에게 뭔가 매서운 겨울에 대비해서 물적(物的), 정서적으로 뭔가를 채워야한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회사일도 생각했던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해서 김치냉장고 그득히 넣어둔 김장김치처럼 개운함과 넉넉함을 주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하지만 통과의례처럼 녹록치 않았던 한 해를 갈무리하다보면 항상 거두어들인 것보다는 돌보지 못한 무엇인가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나름 열심히 달려온 한 해를 가만히 돌아본다.

조직 내적으로는 소통을 강조했다. 육십 명 넘는 직원들과 일일이 만나 얘기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를 사소한 관심으로 연결했다. 코로나로 모두가 모이는 회의를 할 수 없었기에 결혼기념일과 생일을 챙겨주며, 소소한 이벤트를 만들었고, 추억 속에 묻어 두었던 마니또 게임을 꺼내와 적용해보았다. 사람 사이의 온도는 세대를 불문하고 서로간의 관심이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게임을 하면서 즐거워하는 직원들의 얼굴을 보며 다시금 확인했다.

기업진흥원이 지역의 중소기업들을 위해 제대로 일했는가를 돌아본다. 자금지원 3,620억원, 해외 마케팅 판로지원 600여 기업, 글로벌 강소기업 선정과 연구비 지원, 고용우수기업 선정, 근로환경개선, 기숙사 임차비 지원 등 직원들이 노력한 결과가 고스란히 보고서에 적혀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다. 그렇기에 목적지에 도착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연관되어 있는 다른 지원기관의 기관장들을 만나고 협력할 수 있도록 나름대로 노력했다.

항상 현장에 답이 있다고 믿었기에 지역의 기업 대표들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으려고 했고, 여러 어려움에 대해 경험을 통해 얻은 정책자금 활용방법과 재무관리 방법을 알려드렸다. 진흥원의 지원시책과 지원기관의 정책도 함께 공부해서 도움이 되는 내용을 전달해 드렸다. 기업방문을 통해 현장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던 생각은 옳았다. 팬데믹(Pandemic)의 영향을 다소 덜 받을 거라 조사됐던 제조업도 생산 활동이나 영업활동에는 큰 영향이 없었을지라도 직원을 수급하는 데는 많은 애로사항을 겪고 있음을 몸소 체감했기 때문이다.

고용부의 워크넷(취업정보망), 민간취업 포털서비스 등에 채용공고를 수개월씩 올려도 응시자가 없다고 한다. 그나마 찾아오는 연락받고 면접 약속한 구직자도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일선에서 채용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지역의 일자리지원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들의 얘기도 공통적이다. 구직자수가 확연히 줄었다고 느낀다는 것.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의 입국 제한도 인력애로의 무게감을 더했다. 힘겨운 와중에도 충북일자리지원센터의 상담사들을 독려해서 일할 사람들을 찾고 이력서를 전달했다.

고마운 것은 이런 작은 도움에도 감사하는 기업대표와 인사담당 직원들이다. 그리고 알선을 위해 정보망을 열심히 탐색하고 구직자 관리에 애써준 직원들이다.

한 해를 돌아보며 그래도 뿌듯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다. 우리 진흥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직원들과 함께 공동으로 봉사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충북도의 생산적 일손봉사에서 알선해주는 농가를 방문해서 상반기에는 옥수수 곁순치기를 하고, 하반기에는 고구마 수확을 도왔다. 그렇게 마련한 성금을 모아 지역의 사회복지관에 전달했다. 뭔가를 채워야하는 12월에 동시에 나눔을 생각하게 된다. 채워야 하는 시기에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나눔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리라.

'나눔'이 '분리하다', '떼어 내다'라는 사전적 의미임에도 '나눌수록 커진다'는 격언처럼 분리보다는 교류하고 공유함으로써 마음의 온도가 따뜻해져 서로 살아있음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기쁜 일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픈 일은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하지 않는가.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우리 지역 확진자 숫자가 다시 올라가고, 중증환자도 많아진다는 발표가 꺼려진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도 우리를 두렵게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위드코로나(With Corona)'라는 큰 파도에 작게 이는 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파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나눔의 미학처럼 나보다는 옆 사람을 생각하고 우리를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방역에 힘써 임인년(壬寅年)의 희망을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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