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올겨울은 지난해에 이어 강추위가 연속되는'더블딥 라니냐(Double dip La Nina)'가 찾아온다고 한다. 이처럼 겨울은 추워 다른 계절보다 외부활동을 줄인다. 이런 추운 겨울에 겹쳐 외부활동을 줄인 요인이 있다. 2년째 계속되는 코로나19다. 설상가상 델타 돌연변이보다 전염력이 몇 배 강력한 오미크론(Omicron) 변이가 확인돼 더욱 행동반경을 축소했다.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고 싶어도 선뜻 행동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포기하거나 횟수를 대폭 줄이기 일쑤다. 그만큼 사회적 관계의 폭이 줄어 집에서 생활하는,'집콕' 시간이 다른 계절과 코로나19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상대적으로 예기치 않은 집에서의 여유가 생긴 셈이다. 어떻게 보내야 할까? 빈둥빈둥 비생산적으로 시간만 죽일 것인가? 아니면 시쳇말로 아무런 생각 없이 넋을 놓는 상태인 '멍 때리기'를 통해 복잡한 머리를 비워보기라도 할 것인가? 아니다. 추운 계절과 코로나19를 버텨낼 바람직한 방법이 있다. 물리적 힘이나 돈이 들지 않는다. 바로'책 읽기, 독서'다. 독서란 말만 들어도 골머리가 쑤시거나 잠이 온다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중국 후한 시대 학자 통위(董遇)는 '책 읽기에 좋은 세 가지 여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농사짓고 땔감을 팔아야 하는 등 집안이 가난해 별도로 시간을 내서 책 읽기는 감히 엄두도 못 냈다. 하지만 세 가지 틈을 이용해 책 읽기에 힘써 급기야 요즘의 농수산부 장관인 대사농(大司農)이 됐다.

어느 날 한 젊은이가 찾아와 성공 비결을 물었다."글을 읽어 출세하고 싶지만, 생활이 어려워 시간을 낼 수 없는 게 한입니다.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책 읽을 틈이 없다고? 사람에게는 세 가지 여유가 있소. 겨울과 비 올 때 그리고 밤이요(當以三餘 冬者歲之餘 夜者日之餘 陰雨者時之餘)"

이른바 '삼여독서(三餘讀書)'다.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이자 추위 때문에 일이 크게 준 시기이다. 비 올 때는 일손을 놓는 휴식이다. 밤은 하루의 나머지로 역시 일을 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여유가 생길 때 책을 읽으면 된다는 얘기다.

요즘이 삼여 가운데 겨울이다. 통위 말과 코로나19의 예기치 않은 상황은 독서를 충분히 부추길 수 있다. 독서는 반드시 마음먹고 시간을 내 취하는 행동이 아니다. 남은 시간을 이용해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시간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삶이 바쁘다면, 그냥 배부른 돼지의 삶을 택함이 옳지 않겠는가?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책을 읽는다(晝耕夜讀). 비 갠 날은 논밭을 갈고 비 오는 날은 책을 읽는다(晴耕雨讀)'란 성어도 있다. 멈출 줄 모른 채 갈수록 센 놈의 코로나19가 나타나고 강추위로 외부활동이 축소되는 상황이라지만, 외부활동 대신 얻은 여유는 책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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