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준석 청주시 청원구산업교통과 주무관

인문학을 간단히 정의하자면 사람에 대해서 탐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학문이면서 인류 발전의 근간이 된 학문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주제인 듯하다. 학교에서 학문을 배울 때, 취업시장에 나설 때, 취업을 하고 업무를 할 때를 비롯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차적인 주제로 여겨질 뿐이다.

당장 돈이 안 되기 때문이거나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뜬구름 잡는 듯이 보이기 때문인 것일까. 사실 인문학이 제조업처럼 눈에 보이는 유형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고 결코 경시되어서는 안 되는 학문이다.

수많은 참사들을 거치며 안전에 대한 관심은 표면적으로는 높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관련 법도 안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고 사람들의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인재(人災)로 여겨지는 사고들이 계속 발생한다. 얼마 전 한 소방관의 안타까운 희생을 불러온 쿠팡 물류센터 화재도 그러하다. 인재가 끊이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가 인문학적 인식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돈이 최우선의 가치가 될 경우 인간의 존재 가치는 결국 그가 하는 노동이 얼마로 환산될 수 있느냐로 전락하게 된다. 물품을 구매할 때 '가성비'를 따지듯 얼마나 인건비를 아낄 수 있는지에만 몰두하는 것은 사람을 하나의 부품처럼 여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문학을 알게 되면 '사람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소중한 사람들을 허무하게 잃게 되는 일은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또한 인문학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지녀야 할 사상을 배울 수 있도록 함으로써 현대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선동하는 세력들은 주로 확증편향을 유도하면서 반지성주의적 사고로 무장하고 있는데, 인문학은 이러한 편협한 관점에서 벗어나 인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고를 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화준석 청주시 청원구산업교통과 주무관
화준석 청주시 청원구산업교통과 주무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면 어느 곳에서나 인문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공무원과 민원인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맡은 업무이기 때문에 원치 않게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생각으로 공직생활에 임한다면 더 나은 공무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그런 공무원이 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항상 지향하는 바일 것임은 틀림없다.

멀지 않은 미래에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사회가 찾아오길 바라며 내가 그러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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