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주무관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이 소년은 어린 시절 좋아하는 책과 음악만 잔뜩 쌓아놓고 홀로 섬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유년기에는 전집으로 가득 채운 친구의 집 서가에 파묻혀 책을 읽고, 활자 중독에 가깝게 성장하다가 이제는 드라마 시나리오까지 써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그는 20년간 판사라는 직업을 가졌던 문유석 작가다.

문유석 작가의 책을 처음 읽은 건 오래전의 일이다.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을 통해서다. 유럽국가의 행복감이 높은 이유를 개인주의적 문화로 봤고 넘치는 자유, 타인에 대한 신뢰, 다양한 재능과 관심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봤다. 집단주의로 인한 압력에 짓눌리지 않고 눈치와 겉치레보다는 각자 제 잘난 맛에 사는, 서로 그걸 존중해주는 개인주의 문화의 강력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직업 때문이었을까? 판사라는 직업이 주는 근엄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유쾌하고 솔직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된 작가였다.

작가의 책을 다시 읽은 건 '쾌락독서'를 통해서다. 내공 두둑한 작가의 독서력에 궁금증이 생겨서다. 책을 고르는 작가의 방법은 일명 '짜샤이 이론'이라고 한다. 중식당의 밑반찬인 짜샤이가 맛있는 집은 음식도 맛있었다는 경험에 빗댄 표현인데, 먼저 책을 일부 읽어보고 자신의 취향의 책이다 싶으면 읽어나간다.

또 책 선택의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인데 어린 시절 책을 읽다가 놀자는 친구와 실랑이가 벌어지기까지 했으니 책 읽는 재미를 일찍 알아버린 사람이다. 그리고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세상 모든 것에는 배울 점이 있다며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독서를 통해 많은 책을 섭렵한 것이 복잡다단한 판결을 내리는 업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생각의 깊이를 넓혀준 건 아닐까. 그런 스펙트럼이 넓혀져 극본을 쓰는 작가로 변모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 읽기의 재미를 찾으려면 자신 취향의 책을 찾는 노하우가 필요한 것 같다. 흡입력을 가진 책을 발견했을 때의 몰입감, 쾌감, 성취감이 있다. 작가는 취향의 글을 발견했을 때를 잘 만든 메밀국수 면발을 호로록 넘어가듯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고 표현했다. 그 재미 때문에 서점 들르기를 멈출 수가 없다고 고백한다. 이외에도 책으로 노는 방법을 책 모임을 꾸려 책 수다 떨기,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책으로 잘난 척하기, 책 수집하기, 책을 테마로 여행하기를 꼽았다.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음수현 청주시립도서관 사서

근래에 사서는 아니지만 도서관에 근무하시면서 책에 관심을 가지고 동양철학에 대해 종종 얘기해주시는 직원분이 있다. 중년의 삶에 깊이를 더하시는 모습이 그저 반갑다. 코로나가 확산세가 날로 급증하는 연말, 취양저격의 책을 탐색하고 즐거움을 찾는 건 어떨까! 차분히 마음을 다져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