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문화와 경제를 이끄는 신한류(K-Culture)의 주역 방탄소년단(BTS)이 연일 화제다. 전 세계 한류 팬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신(新)한류는 기존 한류와 달리 한국문화 전반에서 한류 콘텐츠를 발굴하고, 연관 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며, 상호 문화교류를 지향함으로써 지속성과 파급효과가 높은 한류를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우호적인 한국문화 소비층을 증가시킴으로써 문화·경제 강국으로서 한국의 국제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로 유네스코에 최초로 등재된 인류무형유산 종묘제례악은 역사적 의의는 물론 한국 전통문화의 다양성을 집대성한 종합예술이다.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실의 국가제사로 규모가 가장 크고 중요한 의식이었던 종묘제례에 수반되는 음악(연주, 악장)과 춤(일무)이다. 2006년부터 문화재청(청장 김현모)과 한국문화재재단(이사장 최영창)이 전주이씨대동종약원(이사장 이귀남)과 함께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국제적인 문화행사로 치르고 있으며, 11월 첫 번째 토요일에는 전주이씨대동종약원 주관으로 봉행, 매년 두 차례 거행하여 그 명맥을 잇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11월 13일 서울남산국악당 크라운해태홀에서 1988년 국가무형문화재 종묘제례 일무 전승교육사 김영숙(국립국악고등학교 초대 무용교사, 前 인천광역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이후로는 최초로, 이미주 무용가가 종묘제례악 일무 전장을 암보하여 독무로 발표한 공연이 열렸다. '이미주의 춤, 위대한 유산-일무(佾舞)'다.

종묘제례악은 보태평(保太平) 11곡과 정대업(定大業) 11곡 총 22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악에 따른 춤(일무)의 동작도 곡에 따라 22곡이 각각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반면 종묘제례악의 상징적 의미에도 불구, 종묘대제나 공개행사에서도 일부만 연행되고 있던 상황으로, 전곡을 온전하게 감상할 기회는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국립무형유산원과 한국문화재재단의 '2021 이수자 지원 사업'으로 열린 이번 '이미주의 춤, 위대한 유산-일무'는 22곡의 음악(연주/악장)은 물론 '영신희문(迎神熙文)'과 '전폐희문(奠幣熙文)'를 시작으로, 11곡의 보태평지무(保太平之舞)와 정대업지무(定大業之舞) 11곡 총 22곡의 일무 전장이 실연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미주 무용가는 등가(天을 상징)에서 연주할 때 추어지는 춤으로 양을 상징하는 부드러운 문무(보태평지무) 춤사위로 음유(陰柔)로써 양강(陽剛)의 조화를 표현해냈고, 헌가(地를 상징) 연주 시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음을 강조하는 무무(정대업지무)를 통해 양강으로써 음유의 무무를 조화롭게 그려내며 조선왕실 제례문화의 장엄함을 전해주는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국가무형문화재 종묘제례악 이수자 등 전승자로 구성된 종묘제례악보존회의 웅장한 선율이 백성에게 '효(孝)'와 '충(忠)'을 실천하고자 했던 조선왕실 예악사상의 장중함과 경건함을 한층 더 드러내 주었다.

2000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 이수자로 인정받은 이미주 무용가는 현재 (사)아악일무보존회 부이사장, (사)정재연구회 예술감독 겸 화동정재예술단장으로 (사)한국춤협회 감사, (사)대한민국전통예술전승원 부이사장을 겸한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인류무형유산은 유네스코가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국가적, 국제적 협력과 지원을 도모하고 보호하기 위해 등재하는 제도다. 종묘제례악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는 고유의 가치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이창근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 상임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전통문화는 보존과 함께 창조적 계승과 발전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장르와 영역의 한계를 넘어 융복합의 신한류 시대를 맞아 펼쳐진 이번 일무 전장 독무 발표회 '이미주의 춤, 위대한 유산-일무'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징검다리로 K-헤리티지를 통한 새로운 한류의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또한 후대에 우리 고유의 우수한 문화유산을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로써 지속가능한 헤리티지의 발전 가능성을 제시했다.

33년 만에 전장이 발표된 '이미주의 춤, 위대한 유산-일무'는 한류의 원형을 잇는 징검다리로 전통문화를 다시 연결했다. 한국문화의 다양한 장르로 확대되고 있는 신한류는 국격을 높이는 새로운 한국의 물결이다. 종묘제례악-일무를 통한 한국문화의 확산을 응원한다.

-이창근 칼럼니스트는 2018년 5월부터 본지 오피니언면의 문화칼럼을 정기 연재했습니다.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칼럼 연재를 종료합니다. "47편의 칼럼을 통해 만났던 충청권, 전국의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역신문은 지역이 고민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이자, 풀뿌리 민주주의와 공동체 발전의 토양으로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인사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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