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박행화 옥천여중 수석교사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다고?

풍류 대장 세미파이널을 본 후의 소감이다.

처음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 때, 신파조의 통속적인 경연일까 싶어 관심 두지 않았다. 그러나 취향을 버릴 수는 없는 것, 결국 나는 국악에 빠져 풍류 대장 본방사수를 하고 있다.

국악이 재즈와 크로스 오버한 무대는 많이 보아왔지만, 이처럼 다양한 장르와 함께한 무대를 본 적이 없었다.

참가자들이 판소리, 경기민요, 정가, 창극, 레게, 록앤롤, EDM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재해석해내는 탁월함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훌륭한 무대연출, 진심 어린 소리와 무대장악력, 저마다의 개성 있는 스토리텔링과 퍼포먼스는 경연이 아니라 화려한 축하 무대였다.

이렇게 실력 있는 고수들의 무대를 그동안 왜 볼 수 없었을까? 우리의 무관심 때문인가? 전통문화에 대한 편견인가? 한참 생각하게 된다. 

국악인의 어려움을 알고 있지만, 세미파이널에서 탈락한 최예림의 마지막 인사는 아릿했다. '국악을 하는 많은 사람이 이제는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지 않고, 좋은 무대에 많이 섰으면 좋겠다.' 국악 공연하는 이들이 하는 말이 있다. '장애인 화장실이면 다행이지, 그건 좀 넓기라도 하거든.'

이게 우리의 국악계의 현실이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국악을 지키고 있는 이들이 있음에, 그럼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하고 있음에 감사함이 들었다. '존재해주셔서 감사하다.'라는 박칼린의 심사평처럼.

요즘 문화계를 보면 '르네상스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역사 중 이토록 해외 각국에서 결실을 거두고, 찬사를 받아 본 적이 있었던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이러한 문화 부흥 시기에 우리 국악계도 더욱더 비상하길 바란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전통의 무게에 짓눌려 있지 않고, 전통이란 틀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 위에서 살아나 미래로 확장해나가기를 바란다.

박행화 옥천여중 수석교사
박행화 옥천여중 수석교사

더 나아가 우리 모두 국악을 사랑하고, 국가행정에서는 존피크의 '팔길이의 원칙'처럼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는 않는다'라는 말을 새기며 국악인들이 좀 더 자유롭고 좋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국악이 세계로 지평을 넓혀갈 수 있도록 폭넓은 지원을 해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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