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채주희 괴산읍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

코로나19로 인해 또다시 우리의 일상이 '잠시 멈춤'으로 경직되었고, 그 끝은 아직 알 수 없다. 코로나19의 매서움은 일반인들 뿐 아니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조금씩 앗아 갔고, 그들의 아이들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움츠러 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시작된 부정기적인 등교와 비대면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주변의 돌봄이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취약계층의 아이들에겐 배움의 기회조차 여타 다른 아이들과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괴산읍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에서는 지난해 괴산읍에 지정 기탁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비'로 2021년 올 한해 취약계층에게 각종 집수리, 생계비, 의료비 지원사업을 추진하던 중 불현듯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생각났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온전한 자기의 공부방 하나 없이,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 부모의 부재로 어린 나이에 혼자 현재 상황을 오롯이 감내하며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래, 올해는 아이들에게 공부방을 선물해보자.

일단 괴산읍 내에 공부방이 필요한 대상 가정의 아동을 물색해 본 결과 선정된 아동은 20평의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8명 대가족 속에서 지내는 친구가 되었다.

사업취지 설명을 위해 취약계층 아동의 사례관리를 진행하는 드림스타트 선생님과 가정방문을 한 가운데 아동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8명이 지내는 가족의 집안환경은 모든 가구원의 물건이 뒤섞여 있었고 옷과 각종 이불 등이 천정까지 쌓여 있었으며, 자기 위치를 잃어버린 낡은 가구들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초등학생인 대상아동에게 자신만의 공부방은 언감생심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고,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당장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아이의 공부방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아이 어머니께 드렸을 때 어머니께서는 예상외로 크게 이 사실에 대해 반기지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의 가정방문을 통해 진행되는 만남을 통해 대상아동 어머니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6명의 형제들과 부대끼며 지내는 아이, 방은 두 칸이었고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아이의 어머니는 안방을 아이들 공부방으로 내어주셨고, 우리 맞춤형복지팀은 '공부방 만들어주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많은 형제가 있기에 이층침대를 설치해주고, 책장과 책상, 수납이 부족했던 곳을 해결해줄 수 있는 옷장과 서랍장을 마련했다.

모든 가구가 배치되면서 아이의 집은 전체적으로 변화했다. 베란다까지 쌓여있던 물품들 중 필요 없는 것들은 하나둘씩 처분됐고, 쓸모없던 가전과 낡은 가구는 버리면서 나름 여유로운 공간이 생겼다.

공부방을 설치하는 동안 공교롭게도 캠프활동으로 인해 집을 비웠던 아이는 귀가한 이후 감격에 겨운 듯 팔짝거리며 너무너무 좋아했다는 사실을 아이의 어머니가 우리에게 말씀해주셨다. 처음 만났을 때 일상의 피로함으로 어두웠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 한켠이 몽글몽글해졌다.

채주희 괴산읍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
채주희 괴산읍 행정복지센터 맞춤형복지팀

누군가는 당연한 일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닐 수도 있다. 노력한대로 받을 수 있는 결과의 보상이 당연한 세상일지라도, 어쩔 수 없는 환경에 놓여 실패하고 주저앉을 수 있는 법이다. 우리는 항상 이웃을 생각하는 '따스한 마음'을 잊지 말고 간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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