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올해 풍년을 맞았지만 쌀 소비의 지속적인 감소로 재고량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2천t으로 전년보다 10.7% 증가해 수요량을 31만t가량 웃돌 전망이다. 그러나 소비는 큰 폭으로 감소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20년 기준 2.5%(1.5㎏) 줄어드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쌀값과 수급 안정을 위해 초과 생산량의 시장격리가 시급하고 작년 법제화된 '시장격리제' 발동 요건이 갖춰졌지만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시장격리 조치는 미뤄지고만 있다. 이에 수매에 나선 산지농협들도 몸살을 앓고 있다. 민간업자들이 매입을 꺼리면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농협에 물량이 대거 몰리고 있어서다. 심지어 매입한 벼를 쌓아둘 곳이 모자라 야적까지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더 이상 쌀 매입을 미루거나 주저해서는 안된다. 공급 과잉으로 쌀 가격이 급락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불안감 조성으로 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쌀직불금 재정을 필요 이상 지불하는 등 사회적 비용마저 발생한다. 식량안보와 가격적정성 답보를 위한 공공비축제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허용하는 정책이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물론 수확기 대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결정돼야 한다. 매년 의무적으로 쌀을 수입해야 하는 관세화 유예 조치는 큰 문제로 관세화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아도는 쌀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수요처 발굴이 필요하다. 세계 5대 곡물수입국인 우리나라의 곡물별 자급률(2019년)을 보면, 쌀은 92.1%지만, 밀 0.5%, 옥수수 0.7%, 콩 6.6% 등 다른 곡물자급률은 3.4%에 지나지 않는다.

갈수록 농업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쌀값 하락으로 농가의 기반마저 무너진다면 국내 농업계는 설자리를 잃고 말 것이다. 식량안보까지 감안해 쌀 농가를 보호할 중장기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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