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덕범 청주시 도시개발과 주무관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가야 할 길은 멀다)'라는 사자성어는 '몸은 늙고 쇠약한데 할 일이 많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무수히 많은 일을 겪으며 살아가지만 자신에게 정해진 삶의 기운이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세상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 백년도 안 되는 삶을 살다 세상과 이별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을 알 수 없다. 살아가며 해야 할 일들이 수없이 생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지만 정작 그 일을 다 이루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항상 시간에 쫓기며 많은 노력을 하지만 때때로 무리하게 일을 벌이고 문제를 일으키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모도원'은 백년을 채 살지 못하는 인간의 삶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말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얽히고설키어 살아가기에 서로 충돌하는 것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일 것이다. 지역과 성별, 외모와 성격 등이 다른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모여 살다보니 어떠한 일을 하면서 순탄하기 보다 서로에게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대립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늘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고 그러한 장시간의 여정이 반복되다 보니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늘 시간에 쫓기고 바쁘게 사는 일상이 당연한 듯 여겨지는 삶을 살고 있다.

이처럼 바쁘게 일상을 살다 보니 우리는 늘 무언가에 쫓기는 양 '빨리빨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성급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세상은 순리대로 돌아가야지 억지로 만들어 이루어지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기에 바쁜 일상 속을 살아가면서도 스스로에게 제동을 걸고 때때로 멈추고 쉬었다 가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잠깐 동안의 여유로 바쁜 일상 속에서 잊으면 안 되는 무언가를 생각해 보고 심신을 재충전함으로써 그것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로부터 어른들, 선배들께서 "바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을 하신 이유가 그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덕범 청주시 도시개발과 주무관
이덕범 청주시 도시개발과 주무관

우리는 백 년도 채 살지 못하면서 천년의 근심을 끌어안고 살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천년의 근심을 '빨리빨리'라는 말로 해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설악산 대청봉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 인생 또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근심을 끌어안고 산다 한들 근심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조급해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그런 여유 없이 마냥 앞으로만 나아간다면 밤새 빛을 비춰주지 못하고 초저녁에 다 타버린 촛불과 같은 상태가 돼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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