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장

2021년이 저물어 간다. 해마다 교수신문에는 그 해를 특징짓는 사자성어를 선정하여 발표한다. 올해는 '묘서동처(猫鼠同處)'가 다수의 표를 받고, 인곤마핍(人困馬乏)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았다. 수긍이 간다. 고양이를 기르는 이유는 쥐를 잡기 위한 것인데, 둘이 결탁해서 곡식을 축낸다는 의미가 묘서동처라고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로 촉발된 투기는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나만 돈 벌면 그만이라는 우리 사회의 반 공동체적 작태가 드러난 것으로 우리 사회는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2019년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는 꼬박 2년을 채우고도 아직까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유비가 조조의 세력을 피해 하루가 멀다 하고 쫒겨 다니던 시기에 말과 사람이 모두 지쳐있음을 비유한 '인곤마핍'이란 말이 바이러스 방역과 거리두기로 궁핍해지는 살림살이와 인색해지는 마음까지 꼭 머물 곳 없이 도망다니는 유비의 처지를 닮아 있다.

그런 와중에도 시간은 흐르고 2022년이 다가 오고 있다. 다행인 것은 충북의 경제현실은 다른 지역보다는 훨씬 좋다는 것이다. 코로나의 긴 터널의 한 중간이던 지난해 충북은 경제성장률 전국 2위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실질 GRDP는 2019년보다 1.3% 성장(9천 억 원 증가)해서 전국 비중 3.7%까지 높아졌다. 2015년부터 '충북경제 4% 실현'을 목표로 공격적인 투자 유치와 고용 창출, 수출 확대 등에 행정력을 집중한 결과이다. 또한 이런 안정적인 성장기조는 2022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렇게 충북의 경제 환경을 염두에 두고 기업경영의 방향성을 생각해 봐야겠다. 최근 ESG경영이 이슈다. 강연도 많고 연구보고서도 넘쳐난다. 관련 자격증을 교부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ESG는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적(Social) 가치, 지배구조(Governance) 개선 등 기업이 추구해야할 세 가지 영역의 가치체계이다. 긍정적 이미지 형성으로 매출이 확대되길 기대하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투자를 염두에 두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봐야할 숫자로 표현되는 재무제표 속에 들어 있지 않은 비재무적 요소다. 그럼에도 기업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으로 수익 창출을 하기 위해 꼭 실천해야만 하는 장기적 리스크 관리 전략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ESG는 개별 기업을 넘어 자본시장과 한 국가의 성패를 가를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기에 충북의 기업들도 깊이 있게 ESG 경영을 고민해 봐야 할 시기다.

물론 ESG경영의 실천은 어느 정도 수익의 안정성에 접어든 회사들이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지향점은 ESG경영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우선은 사회(Social)측면에서 우리 회사의 노동환경은 어떤지, 사회적 약자라고 하는 여성, 장애인에 대한 처우는 개선할 것이 없는지,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배려는 적정한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지배구조의 개선 측면은 중소기업이 당장 실천하기는 애매할 수 있겠지만 생산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고 제조과정에 반영하는 활동이라도 해야할 것이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환경측면이다. 2050탄소중립 선언은 당장 탄소배출과 연관된 제조 기업에 대한 규제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발적으로 먼저 대응책을 찾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비단 기업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탄소중립은 인류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지상최대의 과제라고 인식되고 있다.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연경환 충북기업진흥원 원장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리리 교수는 인류가 300년 이내에 멸종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우리나라에 통섭(consilience)의 개념을 소개한 것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도 최근 강연에서 인류의 행태를 보면 멸종하지 못해 안달하는 동물로 얘기하며 이번 세기 안에 멸종할 수도 있다고 극단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라는 국제기구는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는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다. 기후변화협약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특별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주된 업무다. 최근 보고서에는 지구온도의 상승속도가 그 이전의 예측보다 10년이나 당겨졌다는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생물종 75%이상이 멸종되는 현상을 '대멸종'이라고 부르며, 지금까지 5차례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한다. 학자들은 여섯 번 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고, 식물들이 사라진다는데 심각성이 있다고 강조한다. 식물은 젠가 게임에서 젠가로 쌓은 탑을 지탱하는 중요한 조각으로 이것이 없으면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환경관련 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며 현재 지구를 살아가고 있는 인류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로 인식해야 하므로 기업들이 그 중요성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