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지난해 마지막 날부터 시작한 '2122회고와 계획' 정리를 사흘 걸려 마쳤다. 2021년을 돌아보고 2022년을 계획하는 작업이다. 2000년 말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계속해 왔다. 애초 교회에서 두 장짜리 유언서 양식을 나눠주며 적어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 갖고는 성이 차지 않아 그 양식을 기본으로 해서 별도로 글을 써서 제출했다가 다음 해에 되돌려받곤 했다. 쓰다 보니 올해도 A4용지로 15장이 된다. 한 해를 보내면서 기억하고 싶은 일들을 개인, 가정, 사무실, 교회를 중심으로 적는다. 읽은 책, 본 영화, 공연, 등산, 걷기, 스키, 골프, 외국어 공부 등이 개인적인 일로 들어간다. 일터에서 1년간 처리했던 사건 수, 기억나는 사건, 아쉬운 일 등이 포함된다. 이어서 교회 및 사회활동 중에서 기억나는 것들을 적는다. 새해에 하고 싶은 일들은 'List of HDBR'이라 해서 H=Have; D=Do; B=Be; R=Refrain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피할 것)으로 정리한다.

작업을 하면서 돌아보니 지난 한 해 정말 기적 같이 살려졌다는 것을 발견하고 감사한다. 결코 내 힘으로 살아온 게 아니다.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살았다. 살려졌다. 크리스천인 나로서는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그분께서 다른 이들을 움직이셔서 코로나로 얼어붙은 지경에서도 살리고 쓰셨다.'에벤에셀(ebenezer)'이다. 여기까지 도우셨다는 뜻이다. 많은 이들을 보내서 부족한 자에게 도움을 청하게 하고 또 대부분 원하는 대로 잘 처리되었다. 연초에 이 정도 쓰임 받았으면 했던 것들이 그대로 되었다. 잘 모이지 못하는 가운데 법률강연도 여러 번 할 수 있었다. 소청심사위원장, 자치경찰위원, 노동위 공익심판위원, 법원 조정위원, 시청사건립추진위원 등 법률가로서 지자체의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2월에 친구의 도움으로 시작한 유튜브도 20회 올려서 구독자가 점차 늘어나, 곧 1천 명은 될 것 같다.

가정적으로도 손자녀들이 건강하게 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라는 잠언의 말씀을 새긴다. 자녀들도 직장과 가정에서 역할을 잘 감당해줬다. 친구 및 아내와 함께 22회의 산행, 21회의 걷기, 봄부터 늦가을까지 주 1회의 골프, 10회의 스키 등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었다. 목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25권의 책을 읽었다. 다른 외국어는 못했지만, 영어는 주 1회 40분씩 원어민과 함께 전화로 신문기사 토론을 계속했다. 이는 10년 이상 해온 일이다. 라이온스에서도 전국적으로 4회에 걸친 강연 및 강의로 지도자로서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할 수 있었다. 특히 10월 대전에서 나흘간 진행된 초급지도자세미나는 이미 재판 일정이 나와 있는 것을 조정해서, 오전 강의·오후 재판 참여로 동분서주하면서 할 일을 다했다. 힘들었지만 책임의 일단을 다한 것이 다행스럽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못한 것도 많다. 부동산 정리, 은퇴재정 확보, 차량 교체, 책 출간 등 수년 전부터 계획해 오던 것을 이번에도 또 넘기게 되니, 순전히 게으름 탓이다. 원래 이런 일에 투철하지 못하다. 지적 허영심과 겉멋에 치우쳐,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과 관심을 들이는 일에 굼뜨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밀려 있던 것들을 바로 연초부터 시작해서 1/4분기에 마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섬기는 자로서 소명(召命)을 완수(完遂)하는 일이다. 법률을 도구로 하여 필요로 하는 이들을 하나님처럼 섬기는 것이 내 소명이다. 그리고 가진 재능, 재물, 시간을 즐거움으로 다른 이들과 나눈다. 그래서 "섬기자, 나누자, 즐기자"가 슬로건이다. 이름만으로도, 얼굴만으로도, 목소리만으로도 다른 이들의 삶에 활력을 더해 주는'에너자이저(energizer)'로 살아가는 것이 존재이유다.

올 한 해도 어떻게 하면 이를 이룰 수 있을까 기도하고 긍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또다시 선물로 받은 새해. 임마누엘(Immanuel, 함께 하심)의 하나님께 의지하여 온전히 섬기고 나눌 것을 다짐하며 올려다 본 하늘이 눈시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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