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군상 '마'로 승화… 1가지 재료로 사물·일상 경계 담아

장백순 作 '무념무상(無念無想)'
장백순 作 '무념무상(無念無想)'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청주시립미술관에 내 1층 계단에 나란히 앉아있는 사람들.

다리를 꼬기도, 등을 기대어 앉기도 하면서 '무념무상(無念無想)'한 상태로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장백순 작가의 '公' 을 주제로 한 전시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재료인 '마'의 노란 빛이 제작순서에 따라 미묘한 빛깔차이를 나타낸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동일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같지 않은 인간군상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

장백순 作 '무념무상(無念無想)'
장백순 作 '무념무상(無念無想)'

청주시립미술관이 지역 미술의 토대와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로컬 프로젝트 2021' 기획전시 장백순의 '空'이 오는 2월 6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6일 청주시립미술관에 따르면 로컬 프로젝트는 지난 2019년부터 지역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중진작가를 대중과 중앙미술계에 소개하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으며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이번 장백순 작가의 전시는 '로컬 프로젝트 2021'의 릴레이전 중 민병길, 박진명 작가에 이어 소개되고 있다.

장백순 작가는 청주출신으로 홍익대 조소과와 한남대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지난 2018년 중국 우한미술관 초대로 개인전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장백순 作 '무념무상(無念無想)'
장백순 作 '무념무상(無念無想)'

지난 2018년 당시 송문상 우한미술관 관장 보과 겸 국가1급 미술사는 장 작가의 작품을 보고 '물성이미지의 시각적 서사'라는 글에서 중국 고사성어 거중약경(擧重若輕:중대한 일을 쉽게 처리하는 것)·거경약중(擧輕若重:매우 쉬운 일을 중요하게 처리하는 것)을 비유로 든 바 있다. 그는 "장백순은 창작과정에서 재료의 물성을 이용해 작품이 보여주는 이미지 기호가 거중약경과 거경약중의 시각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했다"고도 표현했다.

그를 대표하는 소재는 '마'로 할머니의 임종에 대한 기억을 통해 가족들이 입었던 수의를 보며 '죽음' 에 대한 이미지와 생명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영감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활용하고 있다.

장백순 작가는 작품 '무념무상'에 대해 "삶이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다. 사물과 육신은 없어져도 그 시간과 정신은 살아있다"며 "물질과 정신의 관계를 자연물인 '마'를 통해 일상사물과 일상경계를 만들어 생명의 짧음과 시간의 영원함, 개체의 한계와 우주의 아득함을 물체와 공간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세은 학예연구사는 "로컬 프로젝트 중 조각·입체분야에 처음 선정된 장백순 작가의 전시는 재료로 쓰인 '마'에 주목했다" 며 "이를 통해 생명의 탄생과 소멸,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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