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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부매일
  • 승인 2022.01.0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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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영희 수필가

밤새 산통을 버티던 산등성이에 드디어 붉은 서기가 어린다. 모체를 빠져나오는 임인년의 새해가 사위의 어둠을 밀쳐내고 황금빛 빛살을 퍼트리며 솟아올랐다. 장엄하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함성이 호랑이의 포효 같아 자연스레 합장한다.

성스러운 순간, 가정과 사회, 국가와 지구촌의 안녕을 기원한다. 역학의 지지 중 갑·을은 청색, 병·정은 붉은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흰색, 임·계는 검은 색을 뜻하고, 인은 열두 동물 중 호랑이이니 임인년은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호랑이는 용맹하고 용에 비견될 정도로 강해 용호상박이라는 사자성어도 있지 않은가. 검은 호랑이는 전 세계 일고여덟 마리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귀종인데, 마귀를 쫓아내는 역할도 한다고 하니 마귀 같은 코로나 쫓아내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새해 아흔두 살이 되시는 어머니는 호랑이의 해가 되면 자랑스러운 추억을 말씀하신다. 소싯적에 누에를 먹이느라 날마다 뽕을 따곤 했다고 한다. 어두워지는 줄도 모르고 산 밭에서 정신없이 뽕잎을 따는데 사위가 갑자기 환해지더란다. 보름도 아닌데 이렇게 환하니 한 잎이라도 더 따야겠다고 불빛 앞에서 열심히 따, 두 다래끼를 가득 채우고 돌아섰다. 그때 커다란 호랑이가 어슬렁어슬렁 지나가고 깜깜해져서 기함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전설의 고향에 나옴 직한 이야기인데 호랑이의 눈은 망막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역광으로 보여 어떤 동물보다 눈이 밝고 기억력이 좋다. 그 이야기 끝에 어머니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시집살이 한 이야기며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체험의 실례를 부연하신다. 지금도 정신 줄을 꼭 붙들고 계셔서 건강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호랑이는 강한 리더십과 열정을 갖고 있다는데 코로나 시대 이 단어들의 의미는 좀 다르지 싶다. 제한된 많은 것을 불편해하기보다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독서, 글쓰기, 산책, 요리 등에 열정을 쏟으며 긍정적으로 자신을 이끄는 것이다.

이영희 수필가
이영희 수필가

대중 연설가 앤드루 매슈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그 바람은 어김없이 현실로 나타난다. 원치 않는 것을 떠 올리지 말고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문제란 단지 배움의 기회일 뿐이다.'라고 말한 것을 기억할 일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일이 쉽기 때문이다.

우선 새해 덕담처럼 좋은 말들을 해보자. 건강, 행복, 사랑, 화목, 소원 성취, 화합, 번영, 문운, 그리움, 따뜻하다, 싱그럽다, 다정하다 등.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가. 내가 코로나를 종식할 수는 없지만 건강한 지구촌의일원으로 자중자애하는 반환점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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