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김미정 세종정부청사 담당 부장

[중부매일 김미정 기자]대통령기록관이 '불친절한' 전시관이 됐다.

역대 대통령들의 각종 기록물을 전시하는 행정안전부 산하 '대통령기록관'에서는 대통령들의 주요 경력을 관람객이 별도로 인터넷에서 일일이 검색해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프로필 정보가 없는 대통령기록관이 된 셈이다.

세종정부청사 내 위치한 대통령기록관은 제1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11명에 대한 총 3천127만623건의 기록물을 전시·보관하고 있다. 지난달 故 전두환씨의 프로필에 사망(지난해 11월 23일) 정보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서거'냐 '사망'이냐 표기를 놓고 논란을 빚자 아예 기존의 대통령들 프로필 정보까지 모두 전시관에서 없애버린 것이다.

"대통령 프로필 정보는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다 나온다. 관람객이 인터넷에서 찾아서 보면 된다."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메인 전시관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프로필을 모두 삭제해버린 것에 대해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잘못 들었나 싶어 재차 물었지만 같은 답을 들었다. 행안부 산하 국가기관에서, 기록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아카이브기관에서 내놓은 답변이다.

메인전시관인 대통령상징관에는 취임사의 주요 키워드로 대통령의 얼굴을 형상화한 텍스트아트가 전시돼있는데 이 상징물 하단에 출생년도, 재임기간, 출생지, 출신학교, 주요 경력 등 10여개 프로필이 작게 적혀있었다. 지금은 재임기간, 생년월일·사망월일만 단촐하게 적혀있다.

기록관 관계자는 "너무 많은 정보를 불필요하게 제공하고 있어서 보기도 좋지 않고 혼선을 주는 측면이 있어 개선하게 됐다"고 밝혔다. 프로필 몇줄이 '너무 많은 정보'인가? '불필요한 정보'라고 느끼는 주체는 관람객인가 대통령기록관인가?

대통령기록관 관계자의 말이 맞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정보들이 있고 대통령 프로필을 검색하면 수만건, 수억건이 쏟아진다.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리다. 그렇다면 대통령기록관은 왜 오프라인 전시를 하는가?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은 1천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지어졌다. 기록의 중요성과 그 기록이 사회적 자산을 인정하고 존중하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대통령기록관은 특히 현장교육의 장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학생 관람객이 꾸준히 20%대를 차지하고 있다.

관람객 감소세도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2016년 세종으로 이전한 뒤 2016년 17만명에서 2017년 15만명, 2018년 15만명, 2019년 14만5천명으로 줄었고, 코로나 이후 2020년 2만5천명, 2021년 3만명까지 떨어졌다.

김미정 기자
김미정 부장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 과거를 기억하는 기록은 충분할수록 좋고 자세할수록 가치가 있다. 기록은 좋은 일도 기록해야 하고 대형 재난 같은 안좋은 일도 남겨야 하는 가치중립적이다.

대통령기록관 역시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치적만 기록할 것이 아니다. 공과(功過)에 대해 객관적이고 충분하게 제공할 책임이 있다. 역사적 평가는 관람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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