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고민되는 것 중 하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통합 기반으로 할 것인가, 특수성을 살려 분리하여 지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사회복지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사회통합의 실현이므로 결론적으로 당연히 통합을 기반으로 하여야 한다고 설명할 수 있으나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언뜻 대상을 기준으로 하는 보편적 지원과 선별적 지원의 구분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통합교육'이나 '통합돌봄'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지만,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은 지금 분리된 상황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통합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대상자를 선별해 내는 것이 아니라 왜 분리되어 있는지를 먼저 살피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분리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입장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 해 발달장애아동과 이주배경아동 등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이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통합교육, 통합돌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현실의 발달장애 아이들과 가족은 장애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차별과 냉대를 경험하고 있었다. 심지어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이러한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으로 분류된 국적을 가지지 못한 이주배경 아이들과 그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던 것을 보면 아직도 사회가 목표로 하는 통합은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닐까.

통합은 분리된 서로가 원하는 데서 출발 되어져야 하고 서로에게 플러스가 되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강하게 원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므로 이의 중재와 조정은 전문가의 몫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들이 사회통합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사회적으로 분리된 상태에서 사회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를 돕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가 된다. 다른 배경이나 다른 생각, 다른 특성을 가진 사람이 다양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사회가 인정하고 이들을 존중하는 것이 통합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 또한, 감염병이나 산불 등 긴급재난 상황에서 알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위험에 노출된 청각장애인이 있음을 알면서도 그러려니 했다가 직접적으로 청각장애인 학생을 만나면서 수어통역사와 도우미 친구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연구에서 만난 시각장애인에게 비장애인 관점에서 안마사 이외의 직업교육이 필요하다 했더니 그 기술이라도 있어야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다는 시각장애학생의 말도 기억난다.

이런 사례는 많다. 사회적응이 힘든 니트 청년이나 이주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의 사회적응을 위해 많은 프로그램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로 참여율이 낮은 건 우리가 하는 지원사업이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합'을 외치며 아무리 해도 어렵던 의사소통이 니트청년들 만이 참여할 수 있는 '분리'된 온라인플랫폼을 만들어주자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더라는 실무자의 말이 그래서 더 와닿는다. 일반적인 기준에 사회적 소수인을 맞춰 통합을 외치기 보다 분리된 채로라도 그들이 통합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사전 지원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김현진 교수
김현진 교수

그들이 통합을 필요로 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계획과 속도에 맞추어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든다. 연구자로서 통합과 분리의 경계에서 어떤 제언을 할 것인가의 고민을 하면서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건 넘쳐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역량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다. 사회적 약자뿐 아니라 사람들의 욕구와 요구는 다양해지고 전문화되어 간다. 서로에게 좋은 상황이 될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추면서 분리와 통합을 조정해줄 수 있는 진짜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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