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사고후미조치' 예비적 공소사실로 유죄 이끌어내
법원 "역과사고 내고 필요조치 취하지 않아" 지적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속보 =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세종-오송 BRT 도로 사망사건'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본보 2021년 5월 20일 5면>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 오창섭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51)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청주지검은 항소심 재판에서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을 했다. 1심에서 적용했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사) 혐의는 주위적 공소사실로 그대로 두고, 예비적 공소사실(사고후미조치)을 추가했다. 도로에 누워있던 피해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역과했지만, 정차해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주위적 공소사실은 무죄로 봤다. 자동차전용도로인 해당도로 특성상 사람이 통행하거나 누워있을 가능성을 예견하기 어렵고, 꺼진 가로등과 피해자의 어두운 옷 색깔 등으로 식별 자체가 어려웠기에 A씨의 과실이 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므로 업무상과실을 전제로 하는 도주치사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A씨 차량이 사람을 역과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음에도 정차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사기관에 "이 사건 사고지점을 지날 무렵 조수석 뒷바퀴 부분에서 덜컹하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 점, 뒤따라 이곳을 지난 운전자가 "도로에 부피가 큰 물체가 있었는데, 그 물체 옆을 지날 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한 점, 사고지점이 평탄한 도로였고 과속방지턱 등이 없었음에도 A씨가 덜컹거림 이후 무엇인지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오 판사는 "피고인이 도로 위에 누워있는 피해자를 역과하는 사고를 내고도 정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비난가능성이 작지 않다"면서도 "사고 자체에 대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고 범행에 확정적 고의도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2월 24일 오전 4시 5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에서 세종시로 향하는 BRT도로를 지나다 도로에 누워있는 피해자를 차로 치고 도주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그로부터 5일 후 세종시 모처에서 A씨를 검거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