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요즘 SNS 관계망에 눈에 띄는 그룹이 있다. 지난해 8월에 만들어진 환경친구들 그룹(EFG)이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 그룹 멤버수는 1천명을 넘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다양한 뉴스를 공유하기도 한다. 참여자들은 간단한 의견을 던지기도 하고 논평 수준의 진지한 주장을 피력하기도 한다. 소통과 토론도 꽤 활발한 편이다. 간혹 프로필사진에 탄소중립 문구 넣기와 같은 참여 이벤트를 펼치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이 그룹의 관리자가 충북도 환경산림국장과 부서 공무원들이라는 점이다.

환경친구들 그룹은 행정부문에서 주도하고 있지만 탄소중립과 환경보전을 위한 새로운 소통모임이 만들어졌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공무원 뿐 아니라 여러 기관에 속해 있는 다양한 사람들, 전문가, 관심있는 도민들이 한데 어우러지며 생각을 교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환경활동가들이 목이 터져라 외쳐도 아랑곳 하지 않던 시대가 불과 몇 년 전이었는데, 정말 놀라운 변화다. 그만큼 기후위기 상황이 심각하며 국·내외 대응 양상도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덕분에 환경활동가들도 추상적 구호나 당위적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을 전환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실험과 실천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한 셈이다.

반면, 이와 같은 홍보·실천활동은 시민환경단체에 맡겨놓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원역할을 맡았으면 더욱 훌륭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사실 참여와 실천의 분위기는 민간부문에서 만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오랫동안 공익적 사회활동을 펼쳐온 시민환경단체들이 열정과 헌신, 많은 노하우와 창의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대규모로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재정력과 행정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문장대온천개발 반대운동에서 확인했듯, 준비된 환경단체나 주민조직들로 하여금 앞장서게 하고 행·재정적 뒷받침을 해 준다면 엄청난 사회적 파급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충북도교육청 초록학교만들기 협력사업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자체나 행정기관은 인력과 역량을 정책 수립과 실행에 집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탄소중립의 대열에 전격적으로 합류한 것은 불과 2~3년 안쪽의 일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2019년 12월에, 충북도는 2020년 4월에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에 비해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을 오래전부터 피력해 왔다. 충북지역의 시민사회는 최근 광범위한 도민 참여와 자발적 실천을 묶어내기 위한 탄소중립 추진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특히 16가지 실행강령을 담은 참여협력선언을 제안했다. 온라인 플랫폼 구축, 재단 설립 또는 시설 건립, 민·관·산·학 파트너십 강화, 녹색실천네트워크 구축, 범도민적 실천운동 등 실행방안을 포괄하는 탄소중립 추진전략 및 로드맵 수립을 촉구했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충북도에서는 아마도 지난 3분기 동안 많은 시도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가시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환경친구들 그룹이 마치 충북도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사업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하지만 탄소중립은 내놓고 전면적으로 추진해도 달성하기 힘든 과제이다. 이제 새해가 시작되었고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해야 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참여협력의 원년이 될 수 있게, 2022년에는 충북도 환경산림국이 정책사업의 영역에 보다 가시적인 노력을 기울여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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