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지자체 선수들 면담… 감독에 출근정지 조치
3주 후 경기장 나타나, 선수들 "얼굴 마주쳐 곤혹"
도 관계자 "접촉 않고 개인업무 본느 것은 괜찮아"

충북도청사 / 중부매일 DB
충북도청사 / 중부매일 DB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속보=성추행 의혹 등이 제기된 충북도내 한 지자체 운동경기부 감독에 대한 충북도의 대처가 미흡해 피해 선수들에게 2차 가해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월 5일자 5면·6일자 4면·7일자 5면 보도>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9일 피해 선수의 가족이 감독 A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도에 알렸다. 이후 닷새가 지난 24일 도는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을 진행했다. 며칠 간 진행된 면담에서 선수들은 성추행 피해 또는 목격 사실을 진술했다.

이를 토대로 도는 29일부터 A감독과 선수들을 분리 조치하는 한편 A감독을 출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또 면담 내용을 중심으로 스포츠윤리센터에도 신고가 접수됐다.

하지만 이런 조치와 달리 A감독은 3주 가량 후부터 경기연습장에 출근하기 시작했다. 이에 선수들은 A감독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판단, 도에 결과를 문의했으나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도 담당자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감독이 선수 지도 등 선수들과 마주치지 않고 경기연습장에서 개인업무를 보는 것은 괜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감독은 선수에게 전화와 대면으로 서류 출력을 지시하는 등 선수들과 수시로 마주치는 상황이 빚어졌다. 결국 A감독에 대한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감독과 마주치는 2차 가해가 이뤄진 것이다.

이에 대해 도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감독에게 선수들과 접촉을 피하라고 말했고,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한 사실 등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 7항에 따라 감독과 선수들을 분리 조치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체육진흥법 제18조 7항(신고자등의 보호)에 따르면 '신고자 등과 피신고자의 물리적 공간을 분리', '피신고자의 직위를 해제하거나 직무를 정지하는 등의 조치', '피신고자가 신고자 등의 의사에 반해 신고자들에게 접촉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도는 감독과 선수들을 분리 조치했을 뿐 직무정지 등 적극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분리 조치마저도 어찌된 영문인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3주 만에 신고자와 피신고자가 만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도가 초래했다고 선수들은 지적하고 있다.

A감독의 직무를 정지하지 않은 것과 관련, 도 관계자는 "2차 가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감독과 선수들을 분리하면 2차 가해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직무정지 등 추가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년도 팀 구상 등 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결국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는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운동경기부의 성적을 염려해 감독의 직무정지 등은 취하지 않은 채 분리 조치만 시행했다가 슬그머니 해제한 꼴이다.

A감독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 선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공간이 분리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너무 많이 마주쳤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한편 스포츠윤리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이르면 오는 4월 말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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