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의회의 자치권 강화와 주민참여 확대, 지자체의 협력활동 기반 구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 32년만에 전면개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다양한 변화를 담고 있다. 개정 방향도 지방자치 분권 확대라는 취지에 부합해 박수받을 만 하다. 일부 권한제한 등 아쉬운 게 없지는 않지만 큰 흐름에서 지방자치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기대에 못미친다. 실질적인 자치권 보장에 한계가 있다. 또한 몇몇은 이제 시작일 뿐이어서 여전히 반쪽 신세다.

이번 개정안이 주목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자체, 의회, 주민 등 지방자치 주역을 모두 담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로서는 먼저 중앙지방협력회의 신설에 힘이 실린다. 지자체와 중앙부처·기관이 정례적으로 만나 의견을 나누고 정책을 결정하게 된다. 해당 지역에 국한됐던 활동범위가 지역과 관계된 국정 전분야로 넓어진 것이다. 충청광역청 설립이 가능해진 것도 협력역량과 직결된다. 이를 통해 최근 지역의 최대 관심사인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광역권 특별자치단체 설립과 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게 됐다.

지역주민들이 직접 지방의회에 조례발안과 감사를 청구할 수 있게 된 것도 진일보로 평가된다. 이번 개정으로 제도 도입 20년이 넘도록 엄격한 요건과 복합한 절차로 인해 제 역할을 못한 조례청구의 활성화가 예상된다. 서명요건 완화·청구권자 확대 등도 여기에 한몫한다.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은 이번 개정안의 백미(白眉)로 꼽을 만 하다. 그동안 집행부에 예속되다시피한 의회가 스스로 서려면 자체적인 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여전히 집행부 협조가 있어야하는 현실이지만 의회 독립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여러 내용들을 한번에 하나의 안에 담았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러나 효과면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듯 하다. 의회 독립은 자율적인 운영을 위한 보완이 요구된다. 집행부와의 교류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방안도 그중 하나다. 예산과 조직에 대한 권한을 찾아와 독립의 기반을 다지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조례 청구와 관련해서도 주민들이 직접 조례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 갈 길이 멀어보이지만 지방자치는 그와 같은 역량을 필요로 한다.

지방자치 분권의 핵심은 지자체 활동에 있다. 지자체가 주민의견을 담아 지역민들을 위한 스스로의 행정을 펴는 게 자치분권의 완성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앙과의 협력은 물론 초광역 협력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자체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확인받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지방자치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쪽 지방자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는 그런 까닭이 있다. 개정 첫날 자치분권을 더 채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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