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권오중 시인·가수

외손자 둘이 TV를 보며 색종이로 팽이를 만든다. 여러 가지 색깔로 예쁘고 평평한 팽이가 완성된다. 빙글빙글 잘도 돌아간다. 누구 팽이가 오래 도나 시합하고 또한 팽이끼리 서로 부딪치며 팽이싸움까지 벌인다. 진짜 팽이보다는 못 하지만 그런대로 재미가 있다.

예전에는 추운 겨울이 오면 동네 곳곳의 논바닥에 얼음판이 여기저기 생긴다. 얼음판 위에서는 썰매를 타고 팽이를 치며 아이들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세상을 만난 듯 신바람이 난다. 이것이 어릴 적 아련한 겨울풍경이었다.

팽이는 팽이채로 자꾸 쳐야만 멈추지 않고 계속 돌지 그렇지 않으면 이내 죽고 만다. 사람도 팽이채로 팽이를 치듯이 끊임없이 노력을 하여야만 한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녹슬지 않고 빛이 나며 강해진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며 우리나라를 빛낸 선수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는 피와 땀이 어린 노력의 결과이다.

알에서 깨어난 어린 새가 부단히 날갯짓 함으로써 비로소 날 수 있다는 여조삭비(如鳥數飛)라는 말이 있다. 사람도 부단히 노력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비단 운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있어서 마찬가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사람은 생애 마지막 11년은 병을 앓다가 죽는다고 한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팽이채로 팽이를 계속 치듯이 꾸준히 운동을 하여야 한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부단히 머리를 써야 된다. 고인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또한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잘 키우기 위해서는 칭찬과 질책의 채를 타이밍 있게 잘 쳐야 한다. 아이들이 좋은 일이나 장한 일을 했을 때는 칭찬의 채를 쳐서 신바람 나게 하여야 한다. 칭찬을 하면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더욱 더 잘할 수 있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달리는 말이 더욱 더 잘 달릴 수 있도록 한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한편 내 자식이 다른 아이의 물건을 훔쳤을 때와 같이 나쁜 행동을 하였을 때에는 벌이 사람을 쏘듯이 따끔하게 질책의 채를 쳐야 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식당이나 사우나 등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떠들거나 돌아다니고 물장구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것들을 방치하게 되면 아이들은 그것이 잘못된 것인 줄 모르고 성장함으로써 옳고 그름의 사리분별을 잃게 되어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는 팽이채로 팽이를 치듯이 질책의 채로 아이를 쳐야만 한다. 만약에 질책의 채를 아끼고 귀엽다고 수수방관하게 되면 아이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귀엽고 예쁜 자식과 손자에게는 칭찬과 질책의 채를 적절히 잘 활용하여 강건하고 올곧게 자라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여야겠다.

'팽이채로 맞아야/ 사는 고달픈 삶이다/ 매를 맞으면 살고/ 멎으면 죽는다//

천둥·번개 견뎌야/ 튼튼한 나무가 되고/ 추위 겪은 난초가/ 향그런 꽃을 피운다//

고난과 질책의 회초리는/ 인생을 살리고/ 칭찬의 회초리는/ 삶을 꽃피운다//

팽이채는/ 팽이를 살리는 생명줄이고/ 회초리는/ 사람을 살리는 묘약이다'(팽이-권오중)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임인년(壬寅年)의 밝은 태양이 찬란하게 온누리를 비치며 밝아 왔다. 팽이채로 팽이를 치듯이 부단히 자신의 몸과 마음을 채찍질하여 자신의 건강과 발전을 도모하고, 언론도 사회의 목탁이 되어 팽이채처럼 제 역할을 다 함으로써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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