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 시네마 문화·휴식 場으로 박물관은 진화중"

이양수 국립청주박물관장 /김명년
이양수 국립청주박물관장 /김명년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1도 1박물관 방침으로 지난 1987년 10월 문을 연 국립청주박물관은 올해로 개관 35주년이 됐다. 엄숙한 박물관 대신 4D시네마 도입 등 관람객의 진입문턱을 낮추고 지식의 최전선으로 변모하고 있는 국립청주박물관의 이양수 관장을 지난 11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그 나라의 의무교육이 최하한선에 맞춘다고 했을때 박물관은 누군가에겐 너무 어렵고, 누군가에겐 너무나 쉬운 곳이다. 어릴적 박물관에 대한 기억을 무거운 공기, 엄숙한 분위기로 표현하는 것도 일정부분 이해가 간다. 다만 최근에는 박물관이 많은 변화를 하고 있다.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반가사유상 특별전이 열린 '사유의 방'이라든지 굿즈판매로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여길 수 있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다."

◇ 국립청주박물관 전경
국립청주박물관 전경

통계청 '사회조사' 중 2013년~2021년 문화예술종류별 관람률을 살펴보면 음악·연주회·콘서트, 연극·마당극·뮤지컬, 무용, 영화, 박물관, 미술관 중 박물관은 영화 다음순으로 높다.

누군가에게 어려운 박물관이 관람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를 이 관장은 부모의 교육열로도 꼽았다.

"아이들은 박물관을 놀러온다고 생각하지만 부모들은 학습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곳이다. 그런 이유때문에 박물관 패널이나 네임카드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보이는대로 말하고 싶어해도 엄마들은 공부를 시키고 싶어한다. 아빠들은 운전기사로 와서 자유(?)의 시간을 만끽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년 변화의 조짐을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특히 국립청주박물관의 강점 중 하나가 그림처럼 펼쳐진 주변 풍경이다. 유물을 보려면 일단 박물관으로 오셔야 되는데 접근성 측면에서 뛰어나다. 맛있는 식사라든지, 좋은 음악 등을 제공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양수 관장은 이에 대한 노력으로 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사회와 교류하려는 노력과 구체적인 계획 등에 대해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해외박물관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성정체성, LGBTQ(성적소수자;Lesbian, Gay, Bisexual, Trans, or Questioning(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성정체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예전에는 다루지 못했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 변화라면 변화랄까. 박물관이 다양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고고한 박물관이 아닌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박물관으로서 노력하고 싶다."

국립충주박물관 조감도
국립충주박물관 조감도(2026년 예정)

오는 2026년 국립충주박물관이 탄금호 조정경기장 내 2만㎡ 부지에 건축 면적 9천635㎡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완공되면 14번째 국립박물관이 된다.

이 관장은 "국립박물관은 현재 1도 1박물관 체제에서 '1도 2박물관' 체제로 바뀌고 있다. 충남이 부여·공주 박물관, 경남이 진주·김해 박물관, 전북이 익산·전주 박물관처럼 말이다.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충주는 중원경으로 불리우며 중심지로서 분명히 가치가 있는 곳이다. 국립청주박물관과 2만 8천여점의 유물을 권역별로 나눠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코로나19 3년차, 박물관 또한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국립청주박물관은 오는 1월 27일 상설전시관 재개관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로 전면 휴관을 결정한 후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새로운 박물관의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청주박물관 특별전 오로라 영상.
청주박물관 특별전 오로라 영상.

그는 "코로나19로 박물관은 퇴보의 시기와 함께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박물관의 역할 중 하나가 첨단기술들의 시연장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국립청주박물관도 4D 시네마가 전액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많은 돈이 투자되서 더 많은 분들이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아쉬움이 크다. 편당 4억씩 투입돼 공들인 콘텐츠를 더 많은 시민들이 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지난해 미술계는 '이건희 컬렉션'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유족들이 개인소장 미술품 2만3천여점을 내놓으며 '세기의 기증'이라 불렸다. 지역에서는 미술품을 유치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었다. 결국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에 '이건희 미술관'이 확정됐다. 고미술품부터 근현대 미술작품까지 당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으로 분산배치됐으나 워낙 방대한 기증품이다 보니 지방 소재 박물관으로 분산시키자는 말들도 오갔다.

이양수 국립청주박물관장 /김명년
이양수 국립청주박물관장 /김명년

이 관장은 이와 관련 석조문화재 834점의 연구 및 보존과 등록을 위해 인수절차를 완료했다고 운을 뗐다.

대상 문화재는 통일신라·고려·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문화자산으로 벅수(석장승), 무덤에 놓였던 문인석과 무인석, 사찰과 관련된 광배, 석탑 등이다.

이양수 관장은 "청주시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특히 전효수 연구사님의 공이 컸다"며 "개인(故 이건희 회장)이 수집해서 한곳에 모아 놓았다는 것은 박물관입장에서는 엄청 중요한 일이다. 오는 1월27일 재개관하는 상설전시관에도 일부 전시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건희 컬렉션, 44×55cm, 1890년대
이건희 컬렉션, 44×55cm, 1890년대

특히 오는 2024년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대규모 순회 전시도 예정돼 있어 국립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청주로 전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앞으로 국립청주박물관은 어떤 모습으로 청주 시민 곁에 자리하게 될까 궁금해졌다.

"화사해진 박물관, 책도 읽으며 오래 머물 수 있는 박물관이 됐으면 좋겠다. 최근 박물관 공사를 진행하면서 신발벗고 들어가 누워서 전시관람을 할 수 있는 환경도 꿈꿨다. 비록 실현되지 못했지만. (웃음) 관람객이 쉴 공간이 많고 편하게 천천히 만날 수 있는 박물관을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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