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아버지께서 죽으라 하시면 어찌 분부를 거역하겠습니까?" 외가에 가라는 배 좌수에게 장화가 한 말이다. 딸에게 자살을 강요한 것은 장화의 말과 사실관계에 따르면 아버지 배 좌수이다. 그러나 장화홍련전에서 모든 죄를 계모 허 씨가 짊어진다.

조선시대 여성은 죄를 뒤집어쓰는 역할을 맡았다. 심청전의 뺑덕 어미, 콩쥐팥쥐의 계모, 전래동화의 여자는 모두 나쁜 사람들이다. 정약용의 흠흠신서를 보아도 조선 여성에게 가혹한 벌을 아끼지 않았다. 조선시대 여성에 대한 비난의 초점과 강도가 매우 높았음은 여러 문헌에서 확인된다. 그럼 최근에는 어떨까?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가 논란이 됐다. 찬성 여론이 51.9%에 이른다. 아직은 여성과 아동에게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더 놀라운 건 민주당은 여가부 존치 이유는 말하지 않고, 야당의 갈라치기와 갈등 조장이라는 정치적 항변을 할 뿐이다. 그러나 폐지 찬성이 51.9%면 설립하고, 존치를 주장하는 쪽이 그동안 갈라치기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나?

연이어 민주당은 김건희 씨의 7시간 녹취록 본방사수를 외쳤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을 물고 뜯던 기억이 소환된다. 결국 녹취록은 조선팔도에 공개 되었는데, 갑자기 안희정 전 도지사 사건 피해자 김지은 씨와 여성계가 2차 가해를 했다고 김건희 씨에게 사과를 하라는 돌멩이를 던진다. 예측불허이다.

장화가 한 말에서 분명히 드러나듯 자살을 강요한 정범은 배 좌수이지만 벌을 받은 것은 계모 허 씨이다. 행위와 벌이 따로따로이다. 그러나 조선 시대가 아닌 오늘날 사실관계, 원인과 결과를 떠나 무작정 너를 향해 쏘면, 쏘는 대로 너에게 꽂히는 마법의 화살을 허용할 수는 없다.

김건희 씨와 모 기자의 통화 녹취록을 모 방송국이 조선팔도에 방영하였다. 그럼 2차 가해를 한 자는 누구인가? 녹취록 공개를 반대하고 가처분까지 신청한 김건희 씨인가? 아니면 기자와 방송국인가? 김지은 씨는 김건희 씨의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차 가해를 했으니 사과하라고 할 수는 없다. 더욱이 그 내용을 알고 방영을 한 기자와 방송국에는 사과 요구도 없다.

그런데 여성계는 나팔을 분 자에 대해서도, 무작정 화살을 쏘는 것에 대해서도 침묵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여가부 폐지는 이대남 질투심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보여준 여성계의 선택적 침묵과 무작정 화살의 이유를 알기에 여가부 폐지 찬성 여론이 더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얼마 전 유시민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쁜 짓 한 것은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대통령이 된 게 죄"라는 말을 했다. 결국 유시민 씨의 반대편에 선 게 죄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한 온갖 외설은 여성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수준을 넘어 여성 전체에 모욕적이었다. 이후 그 외설의 7시간 동안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고 확인됐다. 그러나 여성계는 유감이라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오늘 여가부에 대해 폐지 주장에 누구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론은 폐지 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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