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1990년대 수집 소장품 등 55점 최초 공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_미술로, 세계로_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청주_미술로, 세계로_전시 전경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 청주 기획전시실에서 20일부터 오는 6월 12일까지 국제미술 소장품 기획전 '미술로, 세계로'를 개최한다.

20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세계화'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1980~1990년대 수집된 국제미술 소장품 수집활동 등을 살펴본다.

이 전시에는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해외작가 96명의 조각, 회화, 판화, 드로잉 등 104점을 선보이고 있다.

조지 시걸, 침대 위의 소녀 3, 1978, 석고, 55x205x101cm, 1994년 구입
조지 시걸, 침대 위의 소녀 3, 1978, 석고, 55x205x101cm, 1994년 구입

특히 마지막으로 전시된지 30여년 만에 수장고를 벗어난 작품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장 메사지에, 조지 시걸 등 30년만에 첫 공개작을 선보이고 있어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작품은 8천785점(이건희 컬렉션 2천134점을 제외)으로 이 중 국제미술소장품이 925점, 2000년대까지 수집된 작품은 668점으로 집계됐다.

19일 언론공개회에서 임대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운영과장은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인 청주관 미술품수장센터가 개관 만 3년을 맞았다"면서 '개방 수장고'와 '보이는 보존과학실' 등 수장과 전시를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의 시각예술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해왔다"고 자평했다. 또한 "그동안 근무하면서 보지못했던 작품들을 만나게 돼 개인적으로 중요한 의미의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효진 학예연구사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기능과 역할, 관람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서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면서 "회화 소장품을 관객에게 흥미롭게 보여드릴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고 전시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전시는 한국미술의 국제교류 양상과 국립현대미술관 국제미술 소장품 수집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한국 방문 해외미술', '미술교유, 미술교류', '그림으로 보는 세계',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미술, 세상을 보는 창' 등 5부로 구성됐다.

리처드 프랭클린, 경쾌한 항해2, 1979, 한지에 대나무, 실 콜라주, 23× 27 cm, 1979 년 작가 기증
리처드 프랭클린, 경쾌한 항해2, 1979, 한지에 대나무, 실 콜라주, 23× 27 cm, 1979 년 작가 기증

이 중 한국적인 재료와 기법, 한국적인 풍경을 담고 있는 해외작가의 기증작 중 리처드 프랭클린(Richard Franklin)의 '경쾌한 항해 #2'는 한지와 대나무, 실 등을 엮어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한지를 쌓아둔 지물포와 연의 형태에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한지 안으로 대나무의 얇은 살을 통과시켜서, 종이와 대나무살, 그리고 실이 하나의 면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되도록 했으며 1979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있었던 개인전 이후, 작가가 직접 미술관에 기증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호크니, 레일이 있는그랜드 캐년 남쪽 끝, 1982 년 10 월, 1982, 사진 콜라주, 95× 334cm
데이비드 호크니, 레일이 있는그랜드 캐년 남쪽 끝, 1982 년 10 월, 1982, 사진 콜라주, 95× 334cm

또한 영국 팝아트를 대표하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1982년 작품 '레일이 있는 그랜드 캐년 남쪽 끝'의 경우도 눈길을 끈다.

포토콜라주 기법을 통해 각각의 사진을 높이와 앵글을 달리 함으로써 멀리서보면 풍경사진으로, 가까이서 보면 개개인의 시각과 이미지로 읽혀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현대미술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크리스토 야바체프(Christo Javacheff)의 '계곡장막'도 선보이고 있다. 1970년부터 1972년까지 미국 콜로라도 주 라이플 계곡에 주홍색 장막을 드리운 설치작업을 실행시킨 계획을 보여주는 드로잉이다. 당시 '계곡 장막'은 1972년 8월 10일 4톤의 나일론 막이 지상 100미터 높이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짐으로써 실현됐으나 설치 28시간 후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판화, 앤디 워홀의 자화상 3점과 더불어 1987년 백남준의 주선으로 미국에서 구입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국제미술 소장품으로 꼽힌다.

장 메사지에, 장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빈센트 반고흐의 만남, 1987,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205.3x217cm, 1988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기증
장 메사지에, 장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빈센트 반고흐의 만남, 1987,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205.3x217cm, 1988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기증

이밖에 파리출신 화가이자 조각가, 판화가로 개인전을 150차례나 열었던 장 메사지에(Jean Messagier)의 1987년 작 '장 바티스타 티에폴로와 빈센트 반 고흐의 만남' 이란 작품도 강렬한 색채 대비와 율동감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 제목에서 보듯 르네상스의 대가 티에폴로와 반 고흐를 언급하고 있는 점이 독특한데 대가의 작품에 대한 경외감 보다 주류 미술사에 대한 냉소와 사회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_미술로, 세계로_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청주_미술로, 세계로_전시 전경

한편, 청주관 2층 교육공간 쉼터 '틈'에서 진행되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수장에서 전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수장고가 뭐길래'와 '실로 걸어서 세계속으로'란 타이틀의 대형 벽면 스트링 아트 워크숍, 롤페이퍼를 펼쳐가며 국기 스탬프로 표현하는 활동 등 관람객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공간이 마련됐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장기간 공개되지 않았던 다수의 국제미술 소장품을 소개하고, 미술사적 연구가치를 환기하며, 이후 국제미술 소장품의 심화 연구를 위한 밑거름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전시를 시작으로 미술사와 사회문화, 정치외교, 경제 등 다학문적 접근을 통한 심도 있는 소장품 연구가 실천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mmca.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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