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중부매일 정구철 기자]건국대학교 재단이 지역민들에 대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명분으로 충주병원을 설립해 의과대학을 인가 받은 뒤 병원에 대한 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있다.

건국대는 지난 1985년 의료환경이 열악한 충주에 대학병원급 의료시설을 세운다는 조건을 걸고 충주캠퍼스에 의과대학 설립 인가를 받았다. 1990년대 후반 들어서는 충주캠퍼스(현 글로컬캠퍼스) 실습농장 부지에 5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신축이전하겠다고 설계까지 해 의료혜택에 목말랐던 지역민들은 큰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말 잔치로 끝났다. 건국대는 이후 서울에 건국대병원을 설립해 집중 투자하면서 충주병원에 대한 투자를 중단했다. 충주캠퍼스로 인가를 받은 의과대학도 슬그머니 서울로 옮겼다.

이 병원 노조에 따르면 건국대는 서울 건국대병원에 약 3천억~4천억 원을 집중 투자한 반면 충주병원에는 15년 간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예산 지원이 끊긴 충주병원은 시설 낙후와 의료진 부족에 따른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졌다. 실제 운영되는 병상도 200병상에 못미친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건국대는 의과대학 인가를 받기 위해 충주병원을 설립하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한 뒤 약속을 뒤집은 꼴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은 이런 상황을 두고한 말이다.

지역민들은 건국대 측에 철저히 배신하고 유린당한 꼴이 됐다. 여기에 충주병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이달 말부터 특수건강검진을 중단하고 다음달 말부터는 보건관리대행사업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여기서 특수건강검진을 받아온 지역 근로자 1만4천여 명은 충주에서 오갈 데가 없어졌다.

이처럼 건국대의 이중적인 행태가 공분을 사면서 충북지역 사회단체들로부터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균형발전지방분권충북본부와 충북도민회중앙회는 건국대의 행위를 맹비난하고 충주병원에 대한 투자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특히 충북도민회는 "건국대가 의대 운영에 있어서 현재와 같은 행보를 계속한다면 충북도민과 출향인을 포함한 330만 충북인들과 함께 건대 의대 인가 취소 청원을 위한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여나가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충주시의회도 건대 충주병원의 특수건강검진 중단을 철회하라는 결의문까지 채택하면서 건대 측을 압박했다.

이처럼 건국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건국대 재단은 소귀에 경 읽기 식이다. 아직까지 이렇다할 입장조차 내지 않고있다.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정구철 충북북부본부장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충주시민들은 치료를 위해 서울, 청주, 원주로 가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충주는 기업이 속속 유치되고 있지만 정주여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신으로 인구는 좀처럼 늘지 않고있다. 급기야 시민들 사이에서는 몇해 전 추진하다가 중단된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유치를 다시 추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신이 쌓이면 외면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지역민들의 요구에 이제는 건국대 재단이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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