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는 6월에 실시되는 지방선거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아직 넉달도 더 남았으니 촉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설을 앞둔 이 무렵이면 후보군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여론도 이에 장단을 맞추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영 딴판이다. 충북의 경우 도지사부터 판세가 오리무중인데다가 뚜렷한 후보들도 보이지 않는다. 어느 선거에는 후보들이 넘쳐나지만 주목도가 떨어진다. 지방시대를 갈구하지만 지방정치의 홀로서기는 제자리인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공천 등 지방정치가 여전히 반쪽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정치의 꽃인 지방선거만 봐도 전국동시선거가 1995년 이래 벌써 8번째다. 30여년이 다 되가는데도 중앙정치를 벗어나지 못한다. 중앙에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은 기본이고 주요 선거에 후보를 내리꽂는 것도 다반사다. 게다가 올해 지방선거는 12월에서 3월로 바뀐 대통령 선거일로 인해 부담이 더 커졌다. 후보는 물론 선거전략도 대선을 따라 흘러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이번에도 지방정치의 독립은 기대난망일뿐이다. 특히 이전과 다르게 치열한 박빙승부가 계속되면서 모든 정치역량이 대선으로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3월9일 함께 치러지는 청주상당 국회의원 재선거도 대선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대선과 더불어 중앙정치의 균형을 맞출 국회의원 선거조차 맥을 못추는 것이다. 그럼에도 출마예정자조차 지금 상황에 대해 토를 달지 못한다. 이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것은 지방정치인데도 모든 공천권이 중앙에 있어서다. 중앙의 위세 앞에 무기력하기만 한 지방의 민낯이기도 하다. 지방에서의 정치에는 정당과 그에 따른 공천이 무의미하다. 수요자이자 투표권자인 주민과 후보간의 직접적인 정치만 있으면 된다.

선거와 관련된 모든 게 대선상황에 얽매이다보니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출마자들이 예비후보등록도 못하게 됐다. 당내 문제라고 하기에는 그 파장이 작지 않다. 공천때문에 중앙당의 눈치를 안볼 수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다. 지방선거 역시 정당공천제도 속에서 치러지는 한 공천장은 선거출마자들의 생사여탈권이나 다름없다. 더군다나 양당간의 겨루기가 고착화된 우리 정치판에서 그 힘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대선과 석달뒤 지방선거의 연결고리 격인 국회의원 재선거 또한 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방은 지방정치의 공천권을 돌려받아야 한다. 지방자치·분권이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라도 지방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지방에서 시작해 성장한 정치인들이 중앙무대를 휘어잡는다면 지방자치·분권은 저절로 이뤄진다. 지방정치의 활성화는 새 얼굴들이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유권자가 한단계씩 성장하는 정치인과 함께 한다면 정치참여의 수준이 크게 높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판을 엎어야 한다. 유권자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언제까지 중앙에 휘둘리는 지방정치를 구경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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