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묻혀있던 땅 투자가치·개발호재 사탕발림 속 호객

기획부동산 업체가 '지분 쪼개기'를 한 정황이 파악된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임야 /김명년
기획부동산 업체가 '지분 쪼개기'를 한 정황이 파악된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임야 /김명년

[중부매일 이완종 기자] 더 이상 '기획부동산'의 청정지역은 없다. 충북 청주는 오창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최종부지 선정 및 이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등 잇단 개발호재로 수 년전부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에 기획부동산업체에서 전국에서 수백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아 '지분 쪼개기'를 한 정황이 파악됐다. 중부매일은 총 2회에 걸쳐 이들의 대한 실태와 피해 등을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의 한 야산, 차량 하나가 지나갈 수 있는 비포장 도로 등을 지나 도착한 이곳은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겨 방치돼 있었다.

산 중턱(해발 200m)에 위치한 이곳은 수풀이 우거져 있는 등 관리가 되지 않고 있던 곳으로 한눈에 보기에도 재산 가치가 크게 높지 않은 임야다.

더구나 용도상 농림지역·보전 관리 지역으로 개발가능성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5만3천544㎡(1필지)에 달하는 이 야산의 주인은 170여명에 달했다.

제대로 된 도로 조차 나지 않은 이곳에 수 많은 투자자들이 들어온 것은 지난 2018년 한 부동산 업체에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부터다.

이 업체는 '투자 가치가 높고 곧 개발될 것'이라는 등의 말로 홍보를 하면서 같은해 전국에서 70여명의 투자자를 모집해 지분 쪼개기를 실시했다.

이듬해에는 100여명의 투자자를 추가 모집하는 등 총 170여명에게 이 땅의 지분을 나눴다.

충북 뿐만 아니라 수도권을 비롯한 경남·북, 전남·북 등 전국에서 모인 이들 투자자들은 많게는 2천여㎡에서 한평 남짓의 지분까지 보유중이다.

기획부동산 업체가 '지분 쪼개기'를 한 정황이 파악된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임야 /김명년
기획부동산 업체가 '지분 쪼개기'를 한 정황이 파악된 충북 청주시 오창읍의 한 임야 /김명년

인근주민 A씨는 "다년간 땅을 보러 다녀갔던 사람들은 없었다"며 "땅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곳은 투자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인근 또 다른 야산(5만2천119㎡·1필지) 역시 땅 소유권을 가진 인원만 85명이다.

이곳 역시 10여년 가까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으나 2020년 11월중 경기도에 위치한 한 부동산 업체에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후 한달 여만에 전국에서 모집된 수십여명의 투자자들에게 지분이 나눠진 상태다.

이처럼 충북 청주에서 기획부동산을 낀 매물들이 곳곳에 산재돼 있다.

청주는 지난해 오창읍이 다목적방사광가속기 최종부지 선정 및 이차전지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 등 잇단 개발훈풍이 불며 주목받은 곳이다.

이에 속칭 기획 부동산 업체에서 경제적인 이득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처럼 조작해 투자자들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었다.

이들이 판매한 매물들 대부분은 최소 20년 이상 개발 가능성이 적어 방치됐던 곳이다. 인근에 산업단지가 위치하고 있으나 용도상 개발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뿐만 아니라 지분보유자가 여러명인 땅의 경우 처분 시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매수자들은 땅 활용은 물론 판매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소유주들은 전 연령대에 분포돼 있었지만 지분을 가지고 있는 대부분은 1950년~1970년대생 고령으로 노후 생활·투자 자금이 묶인 셈이다.

윤창중 공인중개사협회 충북지부장은 "지분 쪼개기를 한 것은 전형적인 기획부동산업체의 수법"이라며 "청주 역시 수년전부터 기획부동산을 낀 매물들이 들어온지 오래됐으며 그 피해는 전국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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