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현 칼럼] 한기현 논설고문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영국 수상 처칠의 말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난 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국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과 달리 과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망언과 망발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은 전쟁 책임에 대한 물질적·도덕적 배상은 물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난 잘못을 사죄하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역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는 1970년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나치 만행을 사죄했다. 이후 6명의 전·현직 대통령이 나치 만행에 대해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2019년 12월에도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폴란드 비엘룬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행사에서 독일어와 폴란드어로 사과했다. 그는 "나는 오늘 생존자와 희생자의 자손들, 그리고 비엘룬 시민들 앞에 서 있다. 비엘룬 공격의 희생자와 독일 압제에 희생된 폴란드인에게 고개 숙이며 용서를 구한다. 폴란드에서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독일인이다.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의 사과를 '도덕적 배상'이라고 환영했다.

독일 교과서도 나치정권의 만행과 유대인 학살 등을 사실 그대로 기술하고 역사 현장 견학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의 복원된 생체 실험장, 시체 소각장 견학을 통해 나치 만행을 확인하고 잘못된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치 지도자들은 독일의 사죄와 달리 망언과 망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1965년 당시 체결한 한일협정 배상금 5억 달러의 성격에 대해서도 경제 협력과 원조, 독립 축하금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한국 정부는 국회에 식민 지배 보상금과 배상금이라고 보고했다. 일본군 위안부도 인정하지 않고 자발적이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태평양 전쟁 당시 한국인 강제 징용의 상징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승인해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일본 니키타현에 위치한 사도광산의 역사는 에도시대(1603∼1868)로 거슬러 올라간다. '탐욕의 땅, 미쓰비시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동원'이란 책에 따르면 에도시대 사도광산 노동자들은 3∼5년 정도 밖에 버티지 못했다. 열악한 노동 환경, 가혹한 중노동, 낙반 등의 사고로 대부분 생명을 잃었으며, 40세를 넘을 때까지 살아남은 광부는 거의 없었다.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한기현 국장대우겸 진천·증평주재

사도광산에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인 노동자 2천여 명이 강제 동원됐으며, 이중 사망자 9명을 포함해 200여 명이 진폐증과 부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지정 추진은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독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2015년 노동자 강제 동원 사실을 병기하기로 한 약속을 어긴 '군함도'의 과거가 반복돼서는 안된다. 반드시 막아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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