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최시선 수필가·음성고 교장

내 나이 벌써 이순이다. 어찌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는 말인가. 귀가 순해진다는 나이인데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 이순 고개를 넘으면서 새삼 좌우를 살피고 뒤도 돌아본다. 과연 나는 잘 살아왔는가. 독불장군 혼자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처럼 고독한 존재가 있을까. 밤하늘의 별처럼 저마다 홀로 빛나지만 그리움은 어쩔 수 없다. 그건 알 수 없는 목마름이요, 자기완성에의 희구일지도 모른다.

요즘 논어를 공부하다가 기막힌 문구와 맞닥뜨렸다. 안연편 24장에 나오는 증자의 말이다. 증자는 논어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선생'이라는 자가 붙은 공자의 제자이다. 그만큼 훌륭하다는 뜻이다. 군자는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인을 돕는다! '군자이문회우君子以文會友, 이우보인以友輔仁'이라는 말이다. 군자는 논어에 107번 등장하는데, 군자란 말이 이렇게 뜨겁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군자는 벗을 만나는 방법이 다르다. 그냥 만나지 않는다. 뭔가 의미 있는 일을 위해 만난다. 그건 다름 아닌 인생 공부다. 학문 연마라고 해도 좋다. 군자는 자신의 인격 향상에 힘쓰는 사람이요, 그래서 늘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다. 하여 벗을 그리워한다. 왜? 인을 보충하기 위해서. 바로 이우보인이다. 벗으로써 자신의 인을 돕기 위해서!

인이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논어 곳곳에서 인을 언급하고는 있지만, 때마다 다르다.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도 하고, 자신을 희생하여 인을 이룬다는 살신성인이라는 말로 나타내기도 한다. 또 인을 실천하는 방법이 다섯 가지가 있는데, 공손함·너그러움·믿음직함·민첩함·은혜로움 등이 그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인이란 지고한 인간성이다. 인간으로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심미적 감수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의미를 추구한다. 그게 혼자서는 쉽지 않다. 여럿이서 함께 해야 좋다. 이것이 이우보인, 즉, 벗으로써 인을 돕는다는 뜻이다. 그 유명한 대안학교'이우학교'가 알고 보니 여기서 따온 말이었다. 친구와 더불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성장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익자삼우라는 말이 있다. 역시 논어 계씨편 4장에 나오는 말이다. 사귀면 도움이 되는 세 종류의 벗이 있는데 정직한 사람, 미더운 사람, 그리고 견문이 넓은 사람이다. 사귀면 손해가 되는 손자삼우도 있다. 아첨하는 사람과 겉과 속이 다른 사람, 그리고 말 잘하는 사람이다. 인을 돕는 벗은 당연히 익자삼우일 것이다. 평생 살아가면서 이런 벗을 만난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의 삶을 뒤돌아본다. 익자삼우를 만났는가. 그리고 벗으로써 인을 도우려고 노력했는가.

최시선 수필가·음성고 교장
최시선 수필가·음성고 교장

암만 생각해도 자신이 없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있는가. 술과 음식을 먹을 때는 형제와 같은 벗이 천 명이나 되지만, 어려울 때는 벗이 하나도 없게 된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말이다. 정령, 진정한 벗을 얻기란 이렇게도 어렵다는 말인가. 하여 나는 고전을 벗으로 삼고 있다. 고전을 펼쳐보노라면 늘 거기에 인을 돕는 벗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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