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이번 설에는 손주들에게 세뱃돈 한번 주지 못한 최악의 명절을 보냈어요," 장신백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씨는 '끝이 안 보이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푸념했다.

김 씨는 이 일대에서 수년동안 장사를 한 터라 2년 전까지만해도 단골이 많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하루 예약건수만해도 수십명에 달해 금방이라도 돈을 벌 것만 같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장사는 점점 바닥을 쳤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직원을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손실을 최대한 줄여 나갔지만 한계에 부딪쳤다. 그나마 사적모임 허용인원이 4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 그냥저냥 버틸 만 했다. 하지만 저녁 9시까지 영업을 제한한 것은 마치 숨통을 조이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김 씨. "영업시간이 제한되면서 매상은 반토막이 났다. 이런 상황이 끝없이 이어진다면 정말 어려울 것 같다"며 긴 한숨을 내셨다.

손님들이 2차로 주로 찾는 호프집도 상황은 마친가지. 인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유 모씨 또한 영업시간 제한의 피해자다. 호프집은 손님들이 저녁식사를 한 후 2차로 오는 게 대부분이다. 손님들이 오는 시간대는 8시~8시 30분. 30분 남짓 호프를 먹기에는 너무 촉박한 시간. 이로 인해 손님들이 호프집을 찾지 않는다는 유 씨. 해서 유 씨는 고육지책으로 평소 6시에 문을 열었는데 최근에는 4~5시부터 영업을 개시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게 문을 열었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유 씨의 가장 큰 문제는 대출을 어떻게 갚느냐다. 유 씨는 장사가 되질 않자 지난해 중순부터 2천만원의 대출을 받아 장사를 유지하고 있다. 한계에 부디친 그는 현재 이 영업을 계속해야 할 지 고민에 빠진 상태다. 유 씨는 "원금을 갚아나가야 하는데 막막하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빚은 점점 쌓여가고 있어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은 9시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분개하고 있다.

요즘 제천지역 도심 곳곳에는 상가 임대를 알리는 안내문이 즐비하다. 코로나19가 빚은 현상이다. 인원제한 및 영업시간까지 규제되면서 그야말로 암흑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빈 상가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2021년 실적 및 2022년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40.8%는 폐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코로나19 국내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봉길 제천·단양주재 부국장

정부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방역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학적인 검증은 뒤로 한채 인원제한, 시간제한 등 숫자 놀음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 자영업자들은 현재 길고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정부 방역 대책 수정을 요구한다.

키워드

#데스크칼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