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충북도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청주시 청원구 한 도축업체 입구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실시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중부매일DB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동시출현에 비상이 걸렸던 충북의 가축방역이 고빗길에 섰다. 이미 지난 11월부터 이들 전염병 발생이 시작됐으니 벌써 3개월째다.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인 닭·오리 등 가금류와 돼지 사육의 명운이 달려있어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런 만큼 농가와 방역당국은 물론 관련 업계·관계자들도 긴장의 연속이다. 간간이 발생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한동안 주춤했던 가축전염병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막바지 방역에 고삐를 죄야할 시점이다.

이번 겨울 가축방역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ASF다. 국내에 들어온지 2년만에 충북까지 진출했다. 단양, 제천에 이어 지난달말에는 보은 지역의 야생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백두대간을 타고 남하하고 있는 셈인데 먹이가 부족한 시기여서 주변으로의 확산 가능성이 크다. 인근 시·군에 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방역수위를 높이고는 있지만 번번이 방역망이 뚫렸던지라 걱정이 앞선다. 치사율 100%의 공포는 여타 전염병과의 비교를 불허한다. 농장 전파는 그 즉시 사육기반 붕괴를 의미한다.

이제 연례행사나 다름없게 된 AI의 올해 피해규모는 예년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발생명단에 포함된 괴산을 제외하면 음성 4곳에 진천 4곳 등 지금까지 총 8곳이다. 적지않은 숫자이지만 피해 정도는 감소한 모양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전국적으로 시작 시점인 11월 8건, 12월 11건, 1월 10건이었으나 이달 들어서만 5건을 넘어섰다. 보통 3월까지 이어지고 기온변화가 심해 추가발생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철새에 의한 야생전파로 방역전선이 좁혀지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AI와 ASF의 동시출현으로 인해 위협받는 사육환경은 전반적인 가축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산란계 농장의 AI 발생 소식 때마다 계란값이 걱정되고 밥상물가가 요동칠까 우려된다. 가축방역이 결코 농장만의 일이나 방역당국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당장 ASF 확산방지를 위해 농장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외국인 대상 안내자료 배포나 포획활동 인력 확대 등 틈새를 줄이는 노력을 펴고 있다. 그럼에도 옥천의 포획단 운영 갈등이나, 충주의 울타리 경로 논란 등 엇박자가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사육농장의 노력과 방역당국의 고심에도 불구하고 가축방역은 사후약방문일 경우가 많다. 상황이 확인된 이후에야 대응방안이, 그것도 단계적으로 나올 뿐이다. 따라서 얼마간의 피해는 감수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새로운 것들이 나타날 때마다 그 과정이 길어지고 그 정도가 심해진다는 점이다. 이미 드러난 것들에 대한 예방과 방역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머지않아 철새의 이동과 야생멧돼지의 활동이 줄어드는 시기가 된다.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한 이번 겨울 방역의 마지막까지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